건강이 이렇게 복일 줄이야

 “멀쩡하게 태어 났다는 것,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이렇게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 줄 몰랐어요.”
 “다른 사람의 배설물을 치워줄 용기가 도저히 없어서 이번에는 그냥 삽질같은 것만 주로 했는데 다음에는 용기가 생기기를 바래요.”
 “저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굉장한 수치가 아닐까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와서 자신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한다는 것이....”
 짧게 난 잔디위로 꽃동네에 드리워진 5월 햇살의 그림자는 따스하다. 새벽 5시에 마감한 이들의 표정은 아직도 싱싱하다.
 말구유에 태어난 예수를 2박 3일의 짧은 일정동안 어느새 이들은 배웠나보다. 젊고 건강한 대학생이 자신의 공간에만 메몰되어 있다가 어느날 할아버지의 고통스런 몸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의 배설물조차 인간이 배설물을 갖는 것 자체가 당연하다는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당연히 돕는다는 넉넉해진 마음이 하루총화하는 자리에서 금방 드러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기 밥 떠먹여주는 얘기며 할머니 목욕시켜드린 얘기며 죽은 사람 관에 넣어 묻어준 얘기들을 서로 말하고 듣고 하면서 공감대를 이루어가다 보니 6시에 시작한 총화자리가 어느새 저문 해와 끝나간다. 지는 해가 지는 은은한 무게만큼이나 내면의 깊이도 길어졌겠지.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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