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자

 다른해와 달리 한달이나 빨리 다가온 여름. 그리고 그와 함께 돋보이는 여성의 시원한(?) 옷차림.
 “올 여름엔 쫙 달라붙는 원색 계통의 블라우스형 티셔츠가 유행일 겁니다”라는 여성 관련 잡지의, 어쩌면 조작(?)된 예견을 한번씩은 접해 보았을 것이다. 쏟아지는 대중매체에 호응이라도 하듯 몸매를 드러내는 쫄티에 앉기조차 불편한 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이 어느곳에건 쉽게 눈에 띈다. 이러한 옷차림은 기성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썬글라스를 끼고 무엇이 들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작은 거북이 배낭을 등에 짊어진 채 ‘코카콜라’라고 쓰인 쫙 달라붙는 티셔츠에 보기조차 민망한 짧은 스커트...
 파격적(?) 차림을 하고 다니는 신세대, 대학생. 특히 여성의 옷차림.
 문화개방이 이뤄지면서 근대화=서구화라는 구도속에 무분별한 문화 도입으로 이른바 ‘신세대’라는 신조어 아닌 신조어가 생겨나게 되었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자유로운 자신의 의지속에 구속을 거부하며 다른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을 위한 문화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런 신세대, 대학인의 모습은 60~70년대에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하는 미니스커트나 장발과는 사뭇 다르다.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의지의 한 발현으로 이해되던 이전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가치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글이 쓰인, 개량한복 입기 운동을 펼치며 대학만의 의복문화를 지키려던 선배들의 모습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구시대적 얘기가 된지 오래다. 따라가기식 의복문화가 배꼽티라는 외국의 성개방 풍조가 자연스럽게 접목된 상업ㆍ향락적 차림을 형성하더니 올해는 유독 ‘코카콜라’ 등의 영어로 쓰인 쫙 달라붙는 옷이 유행되어 의복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자본의 침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향상된 덕분일 수도 있다. 그리고 기성세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 표출일 수도 있다. 문제는 ‘신세대’군을 형성하는 그들만의 문제가 사회 전반적인 문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점이다. 진정한 신세대라 함은 기성세대를 거부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창조함을 말한다. 그 속에서 기성세대와의 조화를 꾀하며 도덕성을 지향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좋은게 좋은거지 뭐’라는 발상 속에 받아들이는 의복문화 그 자체의 흥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가 있게 되기까지의 그 사회 가치관이 문제로 대두된다는 점이다.
 인격수양, 학문탐구를 하려는 대학인의 모습인지 막 해변으로 피서를 가려는 사회인의 모습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개량한복 차림의 대학 풍경에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위한 대학인다운 옷차림을 기대해 본다. 어느정도의 전통 계승을 통한 도덕성 지향의 옷차림은 작게는 인격수양을 이루며 나아가 가정 재건, 민족 융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수진 기자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