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약물중독 치료센터 원장 이태선 (경영ㆍ83)동문

 지난 7월 중순 충남대 신문방송사 취재팀은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해외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동문들을 취재하기 위해 11박 12일 일정으로 미국 서부지역을 다녀왔다. 앞으로 8회에 걸쳐 그들의 치열했던 삶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다.  두번째 만남,

 열등감과 불안감으로 20대를 보냈다는 그가 상담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 만족스럽지 못한 한국에서의 대학생활과 시애틀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한 유학생활을 그는 ‘좌충우돌 20대’라는 말로 축약한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경험하며 충격 속에 2~3년을 보내던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된 것은 “하나님을 만난 것”과 시애틀 대학에서 MBA과정을 밟던 중 우연히 듣게 된 ‘약물 중독학’ 교양강좌였다고 말한다.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알코올리즘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이후 상담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 했습니다” 그는 지금 워싱턴 최초 한국인 상담가로 인정받고 있다.

 동양인은 동양인 정서에 맞게 치료 받아야죠
 이태선 동문이 하는 일은 주로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된 사람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가정폭력문제까지 상담을 통해 회복시키는 것. 한국에서는 약물중독 치료센터가 협회 차원으로 존재하는 것에 비해 미국은 주 정부에서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전문센터로 워싱턴 주 안에만 약 4백50개가 설립되어 있다. 그 중에서 아시안 치료센터는  3곳이 전부. “굳이 아시아인들을 위한 치료센터를 건립한 것은 제가 이민자들의 낙후된 문화를 겪었기 때문이죠”라며 잠시 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의 삶을 서술한다. “11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백인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사람들의 정서에 맞게 치료하는 것만 아니라 미국 현지인들과의 조화를 꿈꾸며 세워진 곳입니다.” 이 동문은 치료센터를 찾는 동양인뿐만 아니라 미국인을 변화시킬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이민자로서 미국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 동문. “한국인은 정이 많아서 사람의 마음을 감동 시킨다”라며 그 원인으로 꼽는다.

 회복력 0%, 알코올 중독 한국사회
 “한국의 의사들 스스로가 한국의 알코올 중독자 회복력이 ‘0’에 가깝다고 진단 합니다” 그것은 한국인이 유별나게 중독 증상이 심해서가 아니라 치료시스템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술 권하는 사회에서의 한국 남성은 30-40대가 되면 자신이 술을 먹는 이유를 합리화합니다. 그리곤 술을 먹으며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죄책감 때문에 더욱 술에 의존하게 되는 거죠. 이것이 알코올 중독 중기 증상입니다” 이로 인해 알코올에 지배받는 한국 남성들은 집단적 사고방식, 대인관계의 갈등, 흑백논리, 의존적 성격을 갖게 된다는 분석. “이를 치료하기 위해 절실한 것은 남성 상담원의 증가입니다. 휴먼 서비스 분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상담원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중독이라는 것은 의지가 강하면 치료할 수 있다는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알코올중독은 유전적 요인에도 기인하며 점차적으로 발생되는 질병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에 따라 치유되는 ‘극복’의 대상이 아닌 ‘치료’의 대상으로 봐야 합니다. 때문에 음주 단속뿐만 아니라 후에 치료까지 책임지는 체계적인 사회적 치료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회복지 발전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
 이야기는 점점 깊어져 전문용어로 맥을 이어가지만 진심어린 이 동문의 설명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곳의 사람들과 그룹상담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람을 향한 열정과 긍휼함이 남다르다는 것입니다. 결국 치유의 근본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겠지요. 그래서 오픈 마인드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선입견을 한 꺼풀 벗겨낸 기자들이 감사의 말을 전하자 “얼마 전 한동대학교 상담학부 학생들도 이곳에 찾아와 인턴쉽 과정에서 많이 배워갔는데. 우리 충남대학교 후배들도 찾아오면 미래에 대한 자신감, 확신과 같은 인식의 변화까지 얻어 갈 수 있을 겁니다”라고 답한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모교에서도 이와 관련한 강연을 들려줄 의향도 있다고.

 * 한 줄 인생평 : “It’ doesn’t matter. It’s wonderful life”
 이 자리를 빌어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지방 국립대라는 열등감과 자존심. 그것은 인생에서 하나의 작은 경험으로 지나칠 뿐 아무 문제없습니다. 학벌위주의 생각으로 자기 한계에서만 세상을 보지 마십시오. 돈이 없어도 구체적인 준비 작업만 동행하면 해외유학, 해외이주가 허무맹랑한 꿈이 아닙니다. 편견과 선입관에서 탈피했을 때, 나만의 잠재력을 찾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앞으로 오픈 마인드를 가진 건강한 사회적 리더가 되길 바랍니다.

아시안 약물치료센터 (ACTS; Aaian-American Chemical Dependency Treatment Services)

이정아기자 ayersrock@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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