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학과 85학번 정태일 선배와 00학번 남근원 후배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장난감 블럭을 가지고 놀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블럭으로 멋진 집을 만들고는 친구에게 자랑도 하며 말이다. 하지만 장난감 집이 아닌 실제 집을 짓고 건물을 설계하며 도시의 미를 창출한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건축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설계하는 건축가 정태일 선배가 그 주인공이다.
“그냥 후배랑 대화를 나누면 되는 건가?” 처음 하는 인터뷰가 어색한지 선배는 어렵게 첫 말문을 튼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선배와 후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자가 끼어들 새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후배 :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선배 : 대전에서 건축사 사무소를 하고 있어. 주로 하는 일은 건축주의 의도에 맞춰 건축을 계획하고 현장을 감독, 관리하는 거야.

후배 :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해 미처 알기도 전에 설계를 배워서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건축에 대한 흥미를 잃는 친구들도 있고요…
선배 : 우리 때도 마찬가지였어. 1학년 때 교양만 듣다가 2학년 들어 갑자기 전공을 듣게 되어서 혼란스럽기도 했고. 그래서 요즘 건축학과에서 5년제를 하고 있잖아. 전문적인 건축사를 양성할 계획으로 말야. 근데 이런 얘기는 기자분이 재미없어 할텐데.(하하)

인터뷰를 하며 기자까지 챙기는 선배의 세심한 배려. 후배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후배가 건축 공부로 힘들어하자 자신의 경험을 빌어 따뜻한 격려의 말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에게서 정겨운 인간미가 느껴진다.

후배 : 선배님 학교 다닐 때 얘기 좀 해주세요.
선배 : 작품준비를 할 때면 학교에서 수도 없이 밤을 새곤 했지. 우리 때는 건축과가 공대 2호관에 있었는데 밤 10시만 되면 출입문을 닫아서 밖에 나가려면 창문 옆에 홈통(?)을 타고 내려가야 했어. 간식을 사서는 줄을 매달아 위로 올려서 나눠먹고… 힘들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게 바로 학교 생활하는 재미인 것 같아. 그 때는 선후배간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랬는지 서로의 정이 아주 끈끈했어. 지금은 학생들이 혼자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선배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워.

선배는 사회에 나가면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보다는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선후배간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선배들과 한마디라도 더 대화를 나누라는 말이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이론만 공부하기보다는 실제로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많은 건축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라고, 그것에 젊은이다운 열정을 쏟아 부으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후배 : 일하면서 어떨 때 가장 힘드세요?
선배 : 알다시피 건축도 예술의 일부잖아, 외국에서는 건축학과가 예술대에 포함되어 있고 말야. 근데 건축주들의 관심사는 건물이 얼마나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싸게 지을까 거든. 그럴 때 참 건축일 하는 사람으로서 맘이 아프지.

후배 : 그럼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세요?
선배 : 길을 가다 사람들이 내가 지은 건물을 보고 “저 건물 참 멋있다”라고 얘기해주면 그 보다 기쁠 때가 없지. 내가 지은 건물을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걸 보면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참 뿌듯해.

우리학교 건축과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건축가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건축모형이 학내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요즘. 선배는 아직은 서투르지만 후배들의 노력이 묻어나는 작품을 보며 입가에 방그레 미소를 머금는다. 한시간도 넘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선배는 아직도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까지도 당부한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라고,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으면 꿈은 이루어지 게 된다고…

임지은기자 ijeidve@cnu.ac.kr
사진 오은교기자 hoanh35@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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