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국'의 극복을 위해

 지난 29일(화) 인문대학 문원강당에서 제 28회 ‘대전 인문학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의 다섯 번째 연사로 초청된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 한국학 교수 박노자씨는 러시아 출생 귀화인이지만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는 학자다. 박노자씨의 인기를 실감케 해주듯 인문대학 1층 문원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다소 어색한 그의 억양에도 불구하고 강연에 집중했다.
 박노자씨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의 근대사를 되돌아보며, 서구보다 심한 오리엔탈리즘을 지닌 한국사회를 비판했다. 한국의 근대사를 개화기의 탈아입구(脫亞入歐)적 시각, 아시아 민족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서구 중심주의의 일제시대, 1945년 이후의 탈아입미(脫亞入美)적 시각 세 시기로 나누어 서구 중심주의를 이어나간 한국의 역사를 분석했다.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상실한 후 생존을 위해 서구 중심주의로 전환하였으며, 이는 중화의 대상만 바뀐 채 골격을 그대로 간직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난 비주류는 주류보다 무섭다”며 주류 이상으로 주류를 숭배하는 비주류를 한국에 대입해, 서구보다 더 서구정신을 숭배하는 흐름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한국이 아시아와 함께 연대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아시아에 대한 배타성과 몰이해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역설했다. 
 강연이 끝난 후 우리나라의 서구 중심적 세계관을 단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연사가 바라본 한국의 탈아(亞)적 견해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청중의 질문이 이어지며 강연장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이날 강연을 지켜본 이예지(무역·3)양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넘어 자신의 삶에 녹아있는 무비판적 수용에 대한 반성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밝혔고, 오광택(심리·3)군은 ”인문학의 위기와 인문계열학과 축소경향의 추세에 이런 인문학 포럼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곽진아 대학원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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