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들을 향한 버스 운전자들의 외침
우리학교 캠퍼스는 매우 넓다. 정문에서 가깝게 보이는 도서관도 등줄기에 땀이 날 정도로 걸어야 하는 부담스런 거리. 교양동 수업을 마치고 난 다음 수업이 법대나 농대라면 어떨까? 한숨부터 나오지만 캠퍼스에는 수시로 움직이는 학내버스가 있고 그 버스를 운전해주시는 운전기사들이 있기에 아득히 먼 거리도 그리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2만 학우의 발이 되어주는 학내버스 운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버스에티켓’
대학본부 1층에 위치한 학내버스 운전자들의 휴식처 ‘운전자실’을 찾았다. 때마침 분담되어진 운행 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운전자들이 있다. 곧이어 한 운전자가 “2시 43분 근무를 마치고 왔다”며 자리에 앉는다. 어색한 분위기에 언제부터 일을 시작했는지를 가볍게 묻자 “올해 3월부터 학내버스를 운전하기 시작했다”는 답변과 함께 기자의 질문안을 살핀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을 보곤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곧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많은데, 이야기하기 싫다”며 단호하게 답한다. 그 한마디는 따끔하다. 뜻밖의 말에 적잖이 당황한 기자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 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며 서운한 감정을 가득 담고 다시 말문을 연다. ‘이번 충대신문을 통해 학우들이 잘 모르는 기사님들의 입장이 전달되면 변화가 있을 것이며, 서로 이해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는 설득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물었다. 제일 먼저 거론 된 것은 남녀 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입을 맞추거나, 음식물을 차내에 함부로 버리는 것 등 공공장소에서의 기본적인 ‘에티켓’ 문제였다. 덧붙여 “초등학생처럼 차량에 음식물을 버리지 말라고 써놔도 지키지 않는다”며 “대학생이 창피한 일 아니냐”고 지적한다.
조금만 빨리 움직여요
우리학교 학내버스는 20분의 간격으로 기존의 두 대에 최근 증설된 한 대까지 모두 세대가 운행되고 있다. “20분이라는 시간은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는 그의 말처럼 아무래도 많은 수의 학생들을 탑승시키다보면 각 정류장 마다 정체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20분은 금세 지나간다. 하지만 제시간을 지켜야 하니 운전자들의 마음은 급하고 버스는 거칠게 달린다. 흔들리는 버스를 타는 학우들의 입장에선 불편함을 호소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 놓인 운전자들의 입장도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자신의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신속하게, 되도록 많이 태우고자 하는 운전자들의 노력이 학생들에게 오해받고 있는면도 있는 것 같다.
이에 “우리는 언제나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빠르게 움직여주면 탑승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그러면 시간적 여유도 생겨 우리도 안전운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이 많을 때는 버스 안에서 각자 창쪽을 향하게 이열로 선다면 공간이 생겨 더 많은 학생이 탈 수 있다”고 좀 더 많은 학우들이 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그런데 학생들은 좀처럼 움직이려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내 자식같은 학생들
고된 업무 속에도 그의 기억에 남는 고마운 학우들도 있다. 운행을 마치고 식사를 하러 가거나 학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얼굴을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학우가 있는 것. 한번은 수의대 앞에 버스를 정차하자 한 학생이 수고하신다며 음료수 하나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그 학생의 마음이 고마워 그날 하루가 다 즐거웠다”며 학우들의 작은 정성이 큰 힘이 됨을 알린다. 마침 그의 컴퓨터 모니터에 군복 입은 한 청년의 사진이 나타났다. 자신의 아들이라고 소개한다.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이기에 모두가 자식 같은 맘이 있다”며 “서로 기분이 조금 상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같은 학교의 구성원인 만큼 웃으며 넘어가면 좋지 않느냐”고 한다.
길지 않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건, 운전자들은 항상 학우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학내 버스 이용을 위해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이제 학우들도 그들에게 가진 오해들을 풀고 버스를 탈 때 미소와 함께 밝은 인사를 먼저 건네는 센스를 발휘해 보면 어떨까.
이기복수습기자
lkb23@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