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수시합격한 7명의 외국인 유학생

 

 2004년 ‘북방교포자녀 기술교육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그 중 눈에 띄는 학생들이 있다. 대전의 충남기계공업 고등학교로 진학 후 3년간의 노력 끝에 이번 2학기 수시 모집 외국인 특별전형을 통해 우리 학교 입학이 확정된 7명의 학생이다. 대전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진학에 성공한 경우는 이번이 최초다.
 그토록 바라던 대학진학에 성공하고 입학일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예비 후배들을 찾아갔다.

 한국으로의 첫 발걸음
 외국인 유학생을 만난다는 부담을 안고 찾아간 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의 고등학생이었다. 입에서 술술 나오는 한국말도 3년간의 수확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들에게 한국의 첫 인상을 물었다.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깨끗하다. 사람들이 좋았다”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렇게 기분 좋은 말들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그들은 고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중 선생님들의 소개로 유학의 기회를 접하고 시험을 통해 선발되었다. 한국으로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외국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한국말과 좋은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3세 유 이고르 군은 “한국은 언제나 가깝게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 “어릴적부터 한국의 말과 문화를 배우고 나의 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어려운 한글, 너무 매운 한국 음식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들은 한국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였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의사소통도 문제였지만 “학교에서 치루는 시험이 전부 한글로 출제돼 어렸웠다”는 그들의 말처럼 똑같은 시험을 치뤄도 다른 한국인 학생들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또한 음식도 문제였다. 한국 음식이 이들에게는 너무 매웠던 것. “처음 왔을 때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그냥 굶었어요”라며 당시의 어려움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한국음식의 마니아들이다. “한번은 고향에 갔는데 그곳에서 한국음식이 떠올랐다”며 에르카 군은 웃으며 이야기한다.

 인고의 시간, 그 후 얻은 달콤한 열매
 예를란 군은 “대학교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맘 편히 잠도 못잤다”며 지난 3년을 떠올렸다. 그들이 먼 곳에서 이렇듯 힘겨운 노력을 하며 지낼 수 있던 것은 가족들의 격려덕분. 그들에게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보였다. 이 중 몽골의 에르카 군은 “친척들 중 내가 가장 먼저 유학을 떠나는 것이다. 처음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무거웠다”고 말한다. 이렇듯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한 그들은 현재 한국말도 배웠고 여러가지 기술도 익혔으며 대학까지 진학해 처음 한국에 올 당시 세운 목표를 모두 이뤘다. 더욱이 한국인 친구들까지 사귀었으니 참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새로운 도전
 이제 대학생활이라는 또 다른 시작 앞에 놓인 그들의 가슴 속에는 좀 더 큰 꿈들이 자라고 있었다. 예를란은 외교관을, 에르카와 박 알렉산더 그리고 에바는 최고의 건축가를 꿈꾼다. 영문학과로 진학한 전 알렉산더 군은 영어를 능숙히 하면 4개국어를 하는 외국어 능통자가 된다. “영어 공부에 매진하여 국제적인 사업과 정치·문화 분야에서의 유능한 통역관이 될 것이다”며 포부를 밝힌다. 메카트로닉 공학부로 진학하는 유 이고르 군은 “전자기계를 열심히 배워 전자기계적 인프라가 부족한 고국, 카자흐스탄에 도움이 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친구에게 에펠타워와 같은 건물을 만들기로 약속했다”며 미소 짓는 박 알렉산더군의 모습은 이제부터 시작될 그들의 힘찬 발걸음을 기대하게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경직됐던 분위기가 그제야 조금 풀리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궁금했던 것들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대학 시간표는 어떻게 짜는지, 교수님들은 좋으신지, 방학은 얼마나 되는지, 학교에 에어컨은 설치되어 있는지 사소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여느 한국 남학생들처럼 이효리를 좋아하고 텔미를 외치는 그들에게서 더 이상 외국인이라는 벽은 없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의젓함과 “예쁜 누나들이 많아 충남대가 좋다”고 말하는 천진함을 가진 멋진 후배들을 벌써부터 두 손 뻗어 반갑게 맞이한다.     

이기복수습기자 lkb23@cnu.ac.kr
사진-진희정기자 swhj@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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