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인턴수의사를 만나다.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가족 시청 시간대에 방송되면서 수의사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높아졌다. 우리학교 캠퍼스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동물병원, 그곳에서 백의의 가운을 입은 최수영 인턴 수의사와 함께 했다.

 동물을 키워 본 적 없는 예비 수의사
 소독약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물병원에서 만난 최수영씨는 흰 가운이 잘 어울리는 상냥한 인턴 수의사였다. 동물병원에는 주로 아픈 동물들이 많이 오기에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처음부터 동물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집에서 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다”면서 동물에 대해 별 감정이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수능 점수에 맞춰 들어온 수의대는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유난히 긴 6년의 학사과정과 매일 같이 부딪혀야 하는 동물들이 낯설기만 했단다.
 “1학년 때는 동물 해부학 실험도 덤덤하게 했어요. 그 때는 아무 생각이 없던 때라 그냥 시키는 데로 했죠” 처음엔 적응하지 못하고 놀러 다니기만 했던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을 줬다. “자주 보고 만지다 보니까 너무 예뻐 보이는 거예요. 게다가 주변에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데, 그 속에 서 저절로 동물이 좋아지지 않고는 못 베기죠”라며 나중에 독립하게 되면 말티즈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단다.

 이젠 물려도 그러려니 해요
 동물병원에 주로 오는 단골손님들은 강아지나 고양이. 이제는 하도 많이 물려서 덤덤하다고 한다. “자그마한 강아지한테 물릴 경우엔 그냥 가만히 있어요. 괜히 반응하면 강아지가 대들거든요”라고 진지하게 말해주는 그에게 수의사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그도 최근에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며칠 전에 고양이한테 물린 적이 있어요. 강아지한테 물린거하고는 달리 굉장히 아프더라고요. 손이 부어서 결국 병원에 갔다”면서 이후론 고양이가 조금 두렵게 느껴진다고 한다. 엄살 피우지 말라는 기자의 농담에 직접 물려보면 그런 말 못할 거라며 정색한다.
 첫 진료 참가는 어땠냐는 물음에 그는 겸연쩍게 미소 지으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이라서 뭐가 뭔지 당황스러웠어요. 심지어 제가 본 동물이 고양인지 강아지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긴장됐고 떨리는 순간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죽은 동물의 혼을 기리는 수혼제
 동물병원에는 병세가 심한 동물들이 자주 찾아오기에 회복되어 건강하게 나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한다. 이런 동물들을 위해 수의대에서 ‘수혼제’가 열린다. 수혼제는 동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올리는 제사다. “건강하게 나아서 돌아가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으니까 조금 안쓰럽죠”라며 “아파서 죽는 동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조심스레 얘길 꺼낸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전에 임상실험이 필요 하듯 동물 병원에서도 동물들의 임상실험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죽는 동물도 있다면서 말소리를 낮추던 그는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 더 말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낀다.

 무료로 분양해요
 동물병원에서는 무료로 분양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씨는 “며칠 전에 아주 예쁜 고양이가 들어왔는데, 어제 분양이 됐다”며 섭섭함을 표한다. 아직 대대적으로 홍보가 되지 않아서 잘 모르는 학우가 많은데,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무료 분양에 대해서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양 받는 과정에서 친해지면 나중에 공짜로 진료해 줄 수 도 있다”며 학우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장차 ‘실력 있는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최수영씨는 오늘도 흰 가운을 입은 채 말 못하는 아픈 동물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이지영기자 ezrz@cnu.ac.kr
사진- 진희정기자 swhj@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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