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졸업식을 앞둔 만학도, 황한규 옹

 

23일 우리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 중에는 특별한 졸업생이 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를 마친 75세의 만학도, 영문학과 03학번 황한규 씨가 바로 그. 이번 졸업생들 중 최고령의 학생인 그와의 구수한 청국장 인터뷰현장에 동행해보자.


 청국장 인터뷰
 졸업식을 이틀 앞 둔 21일 인문대 중정원 앞에서 만난 황한규씨는 말끔한 정장차림의 멋쟁이 학생. 손자뻘 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 쉽게 응해 준 그는 이내 자주 가는 청국장집으로 안내한다.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과 식사하러 종종 들르는 곳인데 맛이 좋아”라며 아는 사람만 찾아올 수 있는 이른바 맛 집을 소개한다.
 구수하게 끓여진 청국장 앞에서 “6·25사변이 나 같은 만학도를 만들어 냈지”라며 묵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6·25사변 직후 혼란스러운 이 땅의 학생으로 우리학교 영문과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며 “지금보다 취직이 더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운 좋게 서울에 일자리가 생겨 휴학을 했다”고 한다. 일찍 부모를 여읜 그는 결혼도 빨리 했다. “그렇게 자식들 교육을 시키다보니 내 공부는 이제서야 하게 됐네”라며 늦깎이 학생이 된 사연을 털어놓는다.

 우리네 할아버지의 대학생활
 다시 학교생활을 하면서 충대신문을 자주 봤다는 그. 그간의 학교생활에 대해 “50여 년 간 손 놓고 있다가 다시 공부하려고 하니 마음만큼 쉽지만은 않았다”며 “특히 영어라는 게 단어 외우는 거에서부터 하나하나 애를 먹이더니 결국은 밤늦도록 공부하게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수업은 하루도 빠지지 않았어. 함께 공부한 젊은 학생들이나 교수님들 덕도 크지”. 이번에 함께 졸업하는 학군단 소속의 한 친구나 이제 4학년이 되는 같은 과의 ‘박 양’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기억에 남는 교수님들 이름까지 줄줄이 늘어놓는다.
 “절친하게 지낸 ‘박 양’의 이름이 갑자기 기억나질 않는 것처럼 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가 이런 어려움이 있지. 기억력이나 수업내용 습득하는데 있어서 젊은 사람들을 따라갈 수가 없어”라며 줄곧 웃는다. 사실 중정원에서의 첫 만남에서 지나가는 학우와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만으로도 지난 4년 동안 그의 학교생활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75세 만학도의 꿈
 졸업을 앞둔 기분에 대해선 한마디로 ‘시원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이렇게 학교를 늦게 졸업하게 됐지만 작은 소원을 이룬 셈이니 말 그대로 마음이 시원하다” 며 “졸업식에 가족들도 많이 올 것”이란다. 사정상 가족들과 함께하는 그의 졸업식 사진을 신문에 담을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인터뷰 내내 학교생활만큼이나 가족들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여념이 없는 그는 결국 우리네 아버지, 할아버지였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배우고 싶다”며 “이에 대해 가족들이 도와줘 고맙다”는 졸업생 황한규 씨. 그에게는 졸업이후 또 한 가지 꿈이 있다. “지금의 이 공부를 살려 미국에서 한동안 생활하며 부족한 공부를 더해 볼 생각”이란다. 젊은 학생들 보다 더 배움에 뜻을 두고 큰 꿈을 가진 그를 누가 만학도라고 하겠는가. 


 “나이가 들었다고 배울 수 없는 건 아니다. 단지 어려움이 조금 있을 뿐이지. 배움에 끝이 없듯이 배우는 나이에도 끝은 없다. 상투적인 말이겠지만 정말 ‘노력’엔 장사 없더라.”
-영문학 03학번 졸업생 황한규 씨-

 

사진/글 진희정기자 swhj@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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