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밭을 숲으로 만든 25년의 열정

 

 농생대로 향하는 길은 멀다. 하지만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힘겨운 고개 하나를 넘고 나면 울창한 나무들과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이 반긴다. 상쾌한 공기와 곳곳에  흐드러진 아름다움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부른다. 정성스런 손길에 오랜 세월이 더해져 만들어 진 화려한 경관의 시작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름다운 농생대의 첫 문을 연 김문규 명예교수를 본지에서 만나보았다.      

 아름다움의 씨앗
 지난 26일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를 머금으며 김문규 교수님과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가벼운 인사를 마치고 나무를 심은 계기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 된 인터뷰. “25년전이다. 문화동 캠퍼스에서 대덕캠퍼스로 건물을 이전 할 당시 이곳은 그야말로 자갈밭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며 “당시 학장으로서 환경미화를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아무것도 없는 땅을 꾸민다는 것은 김교수 혼자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 이에 김교수는 농생대 교수들에게 함께 하자는 의미로 모금을 제안했다. “당시 학장인 내가 10만원을 내놓자 모두들 좋은 마음으로 동참해 주었다”며 당시 기부자들의 이름과 모금액이 적혀있는 샛노란 종이를 꺼내든다. 교수들의 기증으로 들여온 16그루의 나무가 현재 울창해진 숲의 시작이었다. 그 당시 기증된 히말라야 시타 나무는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울창해져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황량한 자갈밭에서 탄생한 숲과 나무
 당시 농생대 학생들은 제대로 된 운동장조차 없어 자갈밭에서 운동을 하거나 고개를 넘어가 운동을 해야만 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농생대의 운동장은 절실했던 것. 이에 김교수는 “학군단과 협력하여 일주일에 걸쳐 자갈들을 손으로 주워 운동장을 만들어 냈다”며 당시 이야기를 한다. 김교수의 노력으로 농생대 운동장은 어느덧 외부에서도 많이 찾는 좋은 운동장이 되었다. 
 황량한 자갈밭이 지금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변한 것은 운동장뿐만이 아니다. “농생대 북쪽의 절토지는 시설과에서 나무를 심었지만 자갈뿐인 땅이어서 나무가 잘 자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4H 연구회 농촌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돌들을 걷어내고 흙으로 덮은 후 나무를 심었다” 그 모습에서 당시의 어려움과 그 결과물에 대한 애정의 깊이가 느껴진다.   

 25년, 끝나지 않는 애정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지만 농생대에 있는 대부분의 나무들은 25년 동안 꾸준히 그의 손을 거쳤다. 이렇게 수년간 가꾼 나무들과 학교에 대한 애정으로 95년 8월 정년퇴직을 했음에도 여전히 학교에 나와 나무를 가꾸는 김문규 교수. “한번은 밀짚모자를 쓰고 나무를 자르고 있었는데, 저 쪽에서 경비가 뭐하는 짓이냐며 쫓아온 적이 있다”며 에피소드를 늘어 놓는다. 누군가 그를 벌목꾼으로 착각해서 신고를 해 경비에게 제지를 당한 것이다. 기분 나쁠 법한 일이지만 김교수는 “신고한 자는 나를 몰랐으니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오히려 모르는 누군가가 학교의 나무를 베어가는데 신고를 안하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당시 신고한 학생을 애교심 강한 학생으로 기억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손길이 닿은 농생대 캠퍼스를 함께 둘러보았다. 30년이 넘은 은행나무들, 20년째 건물을 감싸주고 있는 덩굴, 멋지게 뻗어 오른 버드나무는 볼수록 매력적인 풍경이다. ‘그 안에 담긴 정성을 알아서일까’ 처음 보았을 때보다 아름다움의 가치는 더욱더 빛을 발한다.           

이기복수습기자 lkb2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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