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설계사 박준흠 동문(건축. 82)

 

 “나도 충남대학교 학생 기자였다”고 고백하는 박준흠 동문은 반갑게도 우리학교 방송국 기자 출신. 기자로 생활하는 동안 고발보도를 많이 하다 보니 교수님, 선배와의 언쟁도 있었고, 취재원으로부터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애원을 받을 정도였다고. 이후 2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당시의 냉철하고 소신 있는 기자정신만은 여전한 듯, 이내 “요즘 충남대학교 내 이슈는 무엇이냐”며 기자보다 먼저 질문을 던진다.
 그에 비해 “나의 룸메이트”라며 배우자를 소개해 웃음을 자아내는 장난기 가득한 첫 인상, 이제 기자가 아닌 건축사 ‘Arean Park’으로 불리는 그에게 건축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건축가는 건축악단의 지휘자
 그는 지금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발급하는 건축사 자격증(Architect License)을 소지한 보기 드문 한국인 건축사다. “미국 유학생활에서 언어적응기간은 3-4년, 이후로는 문화 적응기간”이라고 설명한 박 동문은 대학졸업 이후 줄곧 미국에서 지내왔지만 “이제야 한국인인 내가 미국과 밸런스를 맞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미국생활은 그에게 커다란 문화충격이었다. 그런 그가 언어적응도 되지 않던 시절, 높은 난이도의 9개 과목을 하루 종일 풀어야하는 건축사 자격증을 딴 것은 성공의 첫 단추를 채우는 노력의 결과였으리라.
 건축사가 하는 일은 부지선정, 이익 예비평가, 지질조사, 측량, 토목설계도, 구조도, 인테리어, 그래픽디자인, 엔지니어 등 건물 짓는데 꼭 거쳐야 하는 전 과정에 걸쳐있다. 그 중에서도 박 동문은 “교향악단으로 비유하자면 지휘자의 역할인거죠. 각각의 전문가들이 잘 화합되도록 결정, 가이드 하는 일을 합니다”라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한다.
 또한 건축 설계사는 대게 건축주가 맡긴 프로젝트를 받아 일을 시작하지만, 박 동문은 적합한 공간을 찾아두고 직접 스폰서를 찾으러 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은 교회를 건축하는 큰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라는데. “프로젝트는 적으면 1달에서 최대 4년 이상이 걸리는 커다란 작업이죠. 이번 경우에는 한 3년 정도 걸릴 것 같네요”라며 작업실 한편에 작은 건축 모형까지 세심하게 보여준다.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삶을 건축하라
 “건축물의 양면성을 직접 보여 주겠다”며 작업실을 나선 박 동문과의 인터뷰는 비버리힐즈의 화려한 로데오 드라이브 곳곳을 누비며 계속된다. 어느 화려한 건물의 허름한 뒤편, 그곳에서 박 동문은 미국사회의 상업성이 건물에 어떻게 적용되어있는지를 확인시켜 준다.
 그리곤 “가장 이상적인 건축물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야말로 꿈의 건축”이라며 건축 설계 시 건축사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예술성과 실용성 사이의 갈등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건축과 인생의 공통점은 후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겠죠. 건물이 지어진 후에 얼굴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듯, 사람도 그가 이 세상에 다녀간 흔적이 역사에 남아 후대에 전해지니 말입니다.” 때문에 박 동문은 “지금 나의 흔적이 어떤 형태로 이 사회에 남을지를 생각하며 인생이라는 꿈의 건축을 설계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 한 줄 인생평 : Right time, Right moment.
 혹시 군자란을 키워 보셨나요. 제가 키우던 군자란은 햇빛이 비추는 쪽으로 휘어 자라다가 꽃도 피웠습니다. 그러나 휘어진 줄기는 바로잡아 주고 싶어도 꺾일까봐 손 댈 수 없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고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한쪽에 의존해 성공한 삶은 언제 넘어질지 모릅니다.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열매를 맺었는지를 먼저 따져보세요.
 그리고 나는 대학시절 현실적 취업문제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데 골몰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삶의 전반을 끌어주는 원동력이 되더군요. 삶의 맨 마지막까지 남는 것, 그리고 성공하는데 궁극적인 것은 가치(value)를 간직(keep)하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언제나 필요합니다. 여러분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시기입니다.

이정아기자 ayersrock@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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