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선배를 만나다 수의학과83학번 이일범 선배와 00학번 김국현 후배

가을하늘이 유난히도 청명하던 지난 목요일. 동물 지킴이 이일범 선배와의 데이트를 위해 김국현(수의학·2)군과 함께 대전 동물원을 찾았다. 오후 3시쯤 도착한 동물원은 북극곰, 시베리아 호랑이, 망토원숭이의 생기발랄함에 시원한 가을 바람까지 더해져 데이트를 하기에는 딱 좋은 장소였다.
입구까지 마중 나오신 선배는 먼저 우리를 유틀리카에 태우고는 동물원을 한 바퀴 구경시켜 주셨다.

후배 : 동물원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 거예요?
선배 : 동물관리팀장이야. 이곳에 있는 동물들이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동물들의 삶 전반을 관리하는 거지.

후배 : 동물들을 관리하시면서 어려우신 점은 없으세요?
선배 : 아픈 동물을 밤새워 치료하고 간호했는데 그것이 죽었을 때는 정말 속상하지. 내 자식들 돌보는 심정인데 말이야. 그런 반면에 아프던 것이 다시 나아 뛰어 놀거나 새끼를 낳을 때는 정말 보람 있지.

후배 : 그럼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은 무엇이에요?
선배 : 기린 하나가 기억에 많이 남아있지. 아파서 많이 고생했던 녀석인데 기린들 같은 경우는 관절 계통이 아프면 치료가 많이 힘들거든. 이런 야생 동물들은 말이지, 아파도 죽기 직전까지는 아무런 표현을 안 해. 참 속상하지.

동물들 이야기를 하는 선배의 눈이 유난히 빛난다. 최선을 다해도 모든 동물들을 지켜내지 못한 아쉬움일 것이다. 수의학을 전공하는 후배도 선배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다. 동물원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동물들 하나하나에 대해 신나게 대화를 나우기에 선배와 후배는 바쁘다.
그러던 중 선배의 무전기가 울린다. 사무실에 일이 생겼나보다. 선배는 다시 우리를 유틀리카에 태우고 사파리로 데려가신다. “우리 후배들 사파리 구경 좀 시켜줘” 사파리 안내원에게 우리를 맡긴 선배는 잠시 후에 보자고 하신다. 처음 보는 사파리에 신이 난 기자.(야호!) 여기서는 후배가 기자의 선배가 된다. 벌써 여러 번 동물원을 찾았던 후배는 기자에게 사파리 이곳 저곳을 설명해 준다.
사파리 구경을 끝내고 다시 만난 선배. 다람쥐원숭이들이 뛰어 노는 곳으로 장소를 옮겨 데이트를 이어간다.

후배 : 선배님 학교 다니실때는 어떠셨어요?
선배 :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것이 너무 많아.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전공을 수의학으로 바꿨거든. 늦은 나이에 학교을 다니다 보니 동아리 활동같은 것을 많이 못햇어.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공부에 너무 치어서 낭만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보면 안타깝지.

이일범 선배는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공부 잘하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하신다. 선배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학교 생활을 맘껏 즐기고 많은 곳을 여행해 보았으면 좋겠단다. 동물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후배에 대한 애정이 듬뿍담긴 충고의 말이다. 다람쥐원숭이 앞에 있던 낙타 ‘루루’와 ‘나나’가 선배를 알아본다. 이름을 부르자 선배 쪽으로 고개를 쭉 내민다. 

후배 : 지금 하고 계신 일에 후회는 없으세요?
선배 : 원래 꿈은 생태학자 였어. 그래서 석·박사는 생태학을 전공했지. 지금도 계속 연구하고 있어. 그리고 지금 동물들과 함게 하루를 보내는 것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즐겁지.

후배 : 수의사가 되려하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말씀 없으세요?
선배 : 수의학과 학생들은 보통 이미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러지 말고 꿈과 포부를 가지고 자신에 맞는 일을 찾는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해.

후배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세요?
선배 : 전문 생태학자가 되어 한국 중심의 생태학을 연구하고 싶어. 그리고 멸종해 가는 천연기념물 증번식도 연구해 볼 생각이야.

이일범 선배는 동물을 대하는 것은 자신의 ‘의무며 책임이며 전부’라고 말한다. 그런 마음을 지닐 수 있을 때에야 진정 동물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날 동물원에서 만난 동물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생기발랄한 것은 모두 선배의 끝없는 사랑 때문이리라.
동물을 사랑하는 선배. 그리고 그 마음을 이어갈 후배와의 짧은 데이트는 저녁 어스름 즈음이 되어서야 끝이났다.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괴테

권아름기자 cutegirl@cnu.ac.kr
사진 오은교수습기자 hoanh35@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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