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등교하면서 우리는 유인물을 돌리며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 학생들이 말하는 ‘연대 항쟁’후에는 더욱 자주 만날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학생회관 앞에서 두세명씩 짝을 지어 유인물을 돌리고, 책상에 앉아 서명을 받는다. 식사시간에 맞춰 학생들을 만나려는 그들이 제시간에 식사를 했을리가 없다. 언론이 빨갱이라고 그렇게 떠들어서 그런지 지나가는 학생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연대 사건이후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먼저 연대 사건후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과거 군부독재 시절과 같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더 악화되고 있다. 경찰이 이제 수사에 필요하거나,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서 방학이건 학기중이건 가리지 않고 수색영장을 가지고 학내에 들어온다는 발표가 있었다. 집회를 하더라도 시설주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국립대학이니 국가의 허락을 얻어야 할지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할지 애매하다. 총기사용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결국 이제 학내에서도 자유롭게 집회나 시위를 통해 우리의 의견을 말할 수 없게 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곱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탄압이 심해지면 그만큼 저항도 거세지고 그러면서 더욱 단단해졌던 것이 학생운동의 역사였다.
  다음으로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 단대와 과의 일꾼들이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의 집회와 시위를 정부와 경찰이 강하게 막아서면 새로운 방법으로 돌파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북지역의 대학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화염병을 사용하면 시민들의 인식이 안좋아진다는 것에 주목하여 대시민 선전전을 강화해 왔다고 한다. 그런 노력끝에 요즘은 시민들이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면 정부의 잘못을 먼저 토로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학교에서도 그런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집회위주로 우리의 요구를 알려내던 방식에서, 서명용지와 유인물을 가지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하나하나 만나가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더 어렵냐를 따지기 보다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가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그만큼 선전전에 나서는 학생들의 의지와 신념은 더 높아야 할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렵다 하더라도 인내를 갖고 꾸준히 한다면 한 개의 화염병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때가 올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달라지는 것만 남아있다. 대학에 일상적으로 경찰의 군화발이 들어올 위험이 있다는 것이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에 젖은 청년의 양심을 깨울 수 있기를 바란다. 청년의 양심을 가지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켜야 한다. 소중한 우리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들.
  가을의 문턱으로 성큼 다가선 요즘, 아침 저녁으론 날씨가 쌀쌀하다. 긴팔이라도 입어야 할 모양이다. 아마 쌀쌀한 내일 아침에도 유인물을 돌리는 그들을 만날지 모른다. 만나면 이렇게 한번 말해보자.
  “힘내세요. 우리는 청년의 양심을 믿습니다.”

송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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