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반비례하는 동지애

  나에게 있어 8월 통일투쟁은 ‘작은 힘이나마 조국통일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소중한 바람과 기쁨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이런 바람의 최초의 결실은 범청학련 통일 축전과 범민족대회에 직접 참여하고 지켜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현 정부의 공안탄압속에서 더욱 굳건해졌다. 8박 9일이라는 일정 속에서 육체적으로 어려운 점도 많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는데도 함께 뛰어야 했고, 찬 밤이슬을 맞아가며 노숙도 해야 했고, 꽉막힌 지하철에서 땀으로 젖은 몸을 학우들과 부벼야 했다. 최루탄 매운 냄새에 눈물도 흘렸고, 헬기에서 쉴새없이 뿌려대는 최루액에 수포가 일어나는 피부를 보며 고통스러워 했다. 먹지 못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물만을 먹어야 했던 고통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육체적 고통은 참아낼 수 있었고 참았다. 나 혼자만의 고통이라면 금방 지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주위를 둘러 보았을 때 같이 힘들지만 서로에게 용기와 결의를 북돋아주는 학우들이 있음을 알았을때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었다. 뛰다가 지쳐 헐떡이고 있을 때 자기가 든 짐도 무거울텐데 나의 손을 꼭잡고 뛰어주며 조금만 힘내라고 가방을 들어주던 친구가 있었다. 찬 밤이슬에 떨고 있을 때 옷을 갖다 살며시 덮어주던 선배가 있었다. 지하철에서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땀에 눈을 감고 있을 때 수건으로 얼굴과 땀을 닦아주던 여학우도 있었다.
  그리고 최루탄 냄새에 코를 막고 울 때 손수건을 내밀며 격려하던 학우와 최루액에 맞아 어쩔줄 모르는 내게 손수건으로 목덜미며 팔이며 닦아주는 학우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 자기 몸보다 옆의 친구를 먼저 챙겨주는 따뜻한 ‘동지의 사랑’이 행동하나 말 한마디에 배여 있었다. 배고픔에 지쳐있을 때 가방을 뒤져 사탕 한 개가 나왔는데 나보고 먹으라고 건네 주었지만 혼자의 목으로 결코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사탕을 다섯명이 나누어 먹는데 조그만 사탕 한 알이었지만 그 나눔속에서 수십수백배로 커져만 가는 표현할 수 없는 맛을 느꼈다.
  동지애의 모습을 기억하자면 8박 9일간의 일정에서 보았던 모든 학우들의 모습을 다 나열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우리 청년학생들을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탄압했고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우리의 기상을 꺾으려 했다.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우리의 통일 불꽃을 끄려 했으나 우리는 9일간의 투쟁을 끝까지 동지들과 함께 해냈고 그 속에서 좌절과 패배를 맛보기 보다는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확인했다. 연대내에서 연이어지는 결의대회와 분임토의를 거치면서 앞으로 이어질 운동과 투쟁에서의 신념을 굳게 다져 나갔다.
  8박 9일간의 고통스러웠지만 많은 성과점들을 내온 연대통일투쟁은 분명히 우리 백만청춘들의 승리였다. 계속되는 탄압으로 학원수색이니 집회원천봉쇄니 그 어떤 탄압을 해도 연대내에서 다졌던 결의들을 바탕으로 맞대응한다면 두번째 싸움에서도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다. 우리가 자꾸 기죽거나 겁내하는 모습들을 보이는 건 어느 선배의 말대로 더 큰 탄압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주장이 옳고 합리적인 만큼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조국통일의 그 날을 조금이나마 앞당겨 보겠다는 작은 소망으로 시작했던 연대통일투쟁은 10여일 남짓되는 시간에 내 생각을 많이 키워주었고 나름대로 굳건해지게 했다. 앞으로의 통일운동에 앞장설 것이다.

백종선(의류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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