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매니아

  개강 후 학내에서 가장 알록달록한 곳이 바로 게시판이다. 게시판이 언제는 화려(?)하지 않았냐마는, 새학기들어 동아리들의 신입회원 유치를 위한 갖가지 색깔의 대자보에 미사여구를 곁들인 광고가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에 비해 모집대자보가 훨씬 증가했다. 이것은 그만큼 동아리에 가입하는 학생수가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1학기때에도 여러 동아리에서 예년에 비해 신입회원이 적게 들어왔고 그 회원들도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크게 본다면 이것은 제3의 물결이라 불리는 정보화 사회의 급변과 무관하지 않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속에서 자신이 정체되어 있음을 느낄 때, 대중사회의 특징인 개별화, 규격화, 익명성속에서 소외를 느끼는 것이다. 또한 흑백논리를 강요하는 지배이데올로기 공세도 학내 개인주의와 탈정치와 만연에 한 몫 하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 통신이 일상화되면서, 다른 사람을 직접 만나 상대방을 의식하며 눈치를 보지 않아도 언제든지, 전국 어디에 있는 사람도 부담없이 만날 수 있다. 그냥 편한 옷차림으로 눈꼽을 떼지 않아도 좋고 먹으면서 얘기해도 좋은, 익명성까지 보장되는 그런 만남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리면 되는 것이다.
  사회ㆍ정치적인 문제나 공통의 관심사보다 자신이 관심있는 부분에만 몰입하는 ‘매니아’도 하나의 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매니아, 락 매니아, 서바이벌 매니아 등 수많은 매니아들의 발생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정보화사회, 자본주의의 여러 징후들로 인해 개별화시키고 사람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사람들은 머리아픈 고민은 하지 않으며, 책임질 일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공동의 이익을 생각하거나, 전체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고민보다는 쉽게 생각하고 즉시 행동해 버린다. 그래서 동아리에 들으면 따라오는 의무-예를 들면 정기모임에 나가야 한다든지, 다른 사람의 분위기를 맞춰야 한다든지, 때로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체주의와 집단주의가 무조건 옳다는 얘기는 아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는 또하나의 흑백논리를 만들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 대학생만큼 사회적으로 축복받은 계층이 없다. 사회적인 인식도 좋을 뿐 아니라, 시간적인 여유나, 나이 등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때이다. 또한 성인이 됨과 맞물려 책임감을 수반한 행동의 자유도 주어진다. 자신의 전공분야만 꾸준히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인생의 노른자라고 할 수 있는 대학시절에, 동아리나 소모임에 가입해 자신의 또다른 영역을 개척한다면 더욱 멋진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임안에서 따뜻한 소속감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면 현대병이라하는 소외에 빠지는 일도 적을 것이다.
  자, 학문, 취미, 봉사 그 어느 것이든 좋다. 자기 내부에 있는 무수한 가능성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박윤자 기자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