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 월요일 오후 5시 스케줄은 ♥

 한글학교, 월요일 오후 5시 스케줄은 ♥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낯선 언어. 우리에겐 익숙하다 못해 평범한 일상을 매 순간마다 도전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시간마저 낯설게 느끼는 외국인 유학생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월요일, 이들의 한국 적응 걸음마를 함께 해주는‘한글학교’사람들을 만나보았다.  

 한글학교 파수꾼
 매주 월요일이면 우리학교 기초2호관 5층에 유난히 밝은 빛을 내는 강의실이 있다. 늦은 5시부터 6시 40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두 반으로 나누어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한글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96년 1월 5일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곳을 지켜온 물리·천문우주과학부 김광태 교수는 “한글공부도 공부지만 타국생활이 얼마나 외롭냐”는 말과 함께 “우린 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좋은 추억들을 더 많이 새기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며 수업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학교 학우들이나 봉사에 뜻을 둔 지인들의 도움으로 진행되는 소그룹 형식의 한글공부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나라 외국인들이 배우고 있다. “친밀한 관계를 위해 일대일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하지만 한글을 가르쳐줄 사람들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다” 며 “특별히 학우들의 참여를 더 기다린다”는 김 교수. 그는 교육봉사를 하는 선생님들과 늦은 시간에도 열심히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을 챙기고 격려하면서 한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 한글학교가 10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한글학교의 든든한 파수꾼, 김광태 교수의 노력 덕분이다.

 ‘사랑’이란 자격증 소지자
 “다른 사람들이랑 특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어요. 오랫동안 해 온 일이라서 그런지 그냥 제 일상인 걸요 뭐.” 천문학과 석사과정 1년째인 이경숙씨는 한글학교에서 우리말 가르치기를 5년 동안 해온 베테랑교사다. 일주일에 두 시간 남짓이 짧다면 짧을 수도 있지만 5년 치를 모은다면 만만치 않은 시간. “나를 기다리고 있을 학생들을 생각하니까 오히려 다른 일들이 더 손에 안 잡히더라”는 그녀의 말에서 한글학교와의 긴 인연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 하나도 모르고 이곳을 찾아 왔다가 한글 실력이 많이 좋아져서 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어찌나 뿌듯한지 오히려 이곳에서 제가 얻는 게 더 많다”며 “더군다나 낯선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우리말을 배우려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학생이라 자극이 된다”는 그녀.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생겨난 한글학교에 대한 애정은 그녀를 또 다른 모습으로 키우고 있었다. “앞으론 한국어 자격증을 따서 한글학교에 이어서 졸업 후엔 다른 곳에서도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미래를 이야기 한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그 순간까지 월요일 늦은 7시30분부터 9시 그녀의 스케줄은 ‘사랑’이라는 선약이 늘 잡혀있다.

 한글을 가르치고 배우며 사랑을 주고 받는 교사들과 학생들.
 한글학교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에게서 ‘한글’이라는 끈으로 ‘사랑’을 배우고 있다.

사진 / 글 진희정수습기자 swhj@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