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초로 종이를 만듣다고?  소식을 듣고 찾아간 농생대 연구실은 패가소스 리서치라는 이름아래 임산자원학과 서영범 교수와 우리학교 졸업생 3명, 직원 3명이 모여 함께 일하고 있었다.

 해초종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서영범 교수가 주로 다루는 해초는 홍조류. 전 세계적으로 홍조류는 약 5천~6천 종에 달하는데 종류에 따라서 섬유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일부 홍조류는 안쪽에 섬유가 상당량 있어 종이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
 섬유가 있는 홍조류 중에서도 서 교수팀이 다루는 홍조류는 우뭇가사리다. 우뭇가사리만도 1백40여 종. 서 교수는 “섬유가 있는 우수한 홍조류 종을 선별하고 그 중에서도 크고 우수한 섬유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종을 선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연구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펄핑과 표백공정을 통한 홍조류 변화과정 ©
▲백상지(왼쪽)와 홍조섬유종이(오른쪽)를 150배로 확대한 사진 ©


 새로운 종이의 개발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점은?

 홍조류는 그동안 종이의 원료가 돼왔던 나무에 비해 재배하는데 환경의 제약이 적으며 성장 속도가 빨라 종이 원료 공급이 좋다. 또 나무는 1ha에서 1년에 20톤 나오기가 어려운 반면(우리나라는 5톤도 채 나오지 않는다) 홍조류는 같은 조건에 60톤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열대지방에 한반도만한 크기의 바다를 사용해 해초종이를 생산할 경우 전 세계 모든 종이의 원료를 대체할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홍조류는 같은 면적에서 나무에 비해 약 1.5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교수는 “바다를 이용함으로서 육지에서 나무를 키우기 위한 땅을 놓고 경쟁할 필요가 없다”며 “홍조류를 충분히 재배하면 지구 온난화를 저감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홍조류는 홍조섬유와 수용성 당류로 가득 차 있어 종이의 원료 외에도 그 부산물의 가치도 크다. 홍조류에서 추출된 당류는 한천이라는 식품으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다. 그동안 한천은 자연 상태에서 채취되어 이물질이 많고 바다 깊은 곳에서 어렵게 뽑기 때문에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서 교수의 기술 개발로 얕은 곳에서도 대량 배양이 가능해져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천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당류를 이용하여 아가로스라는 것을 추출하는데 이는 DNA를 다루는 실험원료로 그 가격이 1 kg에 백만원대란다.

 홍조류 종이의 전망은?
 홍조류가 대량으로 생산되면 훨씬 싸고 품질 좋은 종이를 만들 수 있다. 서 교수는 “홍조류 종이로는 최고급 인쇄가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홍조류 섬유는 종이의 표면이 매우 고와서 인쇄 시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품질요소인 평활도가 목재 섬유의 2~5배에 달한다. 또 목재와는 달리 물리적인 힘으로 두드리거나 자르는 공정 없이도 목재수준 만큼의 강도가 나온다.
 서 교수는 “목재섬유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상태에서 홍조섬유의 발견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관련 특허가 모두 한국 보유라는 점”을 강조하며 뿌듯해 한다.
학교에 홍조류와 관련한 큰 연구소를 세우는 것이 소원이라는 서 교수. 그 꿈을 그리며  “홍조류 개발과 관련한 엔지니어, 생물학·고분자학·해양생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여가시간에는 무엇을 하며 보내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영범 교수는 “휴가를 가본지가 언젠지 모르겠네”하면서 허허 웃는다. 여유는 별로 없지만 홍조류와의 데이트가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주무늬기자 snowmoony@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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