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이야기, Ready Action!

 “저..저..저.. 포도 다 디딨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포도밭 그 사나이’라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우리학교에도 드라마 속과 같은 포도밭에서 열정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학우들이 잘 모르는 장소들 중 하나인 농생대 농장. 농생대 건물 뒤 흙길을 따라 도착한 곳이다. 아파트와 학교 건물 사이에 네모난 논밭에 있는 포도나무, 배나무, 고추, 벼 등이 도심 속을 벗어나 시골에 온 느낌을 준다. 달콤한 포도 향에 이끌려 충남대 ‘포도밭 그 사람들’을 만나본다.

 옹글옹글 모인 실험실 사람들
 농생대 건물 안에 있는 저장생리실험실에 찾아갔다. 실험실 안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달력의 빡빡한 스케줄이다. 이 실험실은 원예학과 황용수 교수, 천종필 교수가 마련한 계획표대로 항상 할 일이 끊이지 않는다.
 포도만 키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복숭아, 옥수수, 인삼 등 여러 가지를 재배해서 소비자에게 가장 신선한 상태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이곳의 주된 업무다.
 실험실은 항상 실험을 해야 하기에 과일이 많다. 하지만 실험실 사람들은 매일 과일을 만지고 보기 때문에 실험 후 남은 과일은 보기도 싫다고 말한다. 실험실 사람들은 이런 과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주면서 인심을 쓰기도 한다.
 실험실 사람들은 과일을 거의 먹지 않지만 과일 먹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단다. “실험실 사람들이 먹는 포도는 다해서 두 송이밖에 안된다”는 김병기군, 당도계 측정 후 가장 달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바로 그 비법이다.
 지난번에는 무핵과 실험을 하기위해 학우들을 데리고 와서 포도를 먹고 씨의 개수를 세어 보게 했단다. 학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다. “학우들이 없을 때는 포도 8백 알을 칼로 자르기만 하고 버린 적도 있어요”라는 김병기군의 말에 과일을 정말 질리도록 본다는 것이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실험실에서 약품에 빙초산을 넣는 경우엔 실험이 끝난 후 집으로 바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김병기(원예·4)군은 “실험실 사람들은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며칠 목욕을 안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냄새가 심해요”라며 얼굴을 찡그린다. 이렇게 신 냄새가 나는 곳에는 초파리가 많이 꼬이기 마련. 초파리 퇴치법을 묻자, “빨리 실험을 끝내는 방법밖에 없죠”라고 말하며 웃는다.

 추억이 담긴 포도밭 
 포도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코끝을 스치는 포도향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학교 농장 포도밭의 포도나무들은 모두 키가 작았는데 그 이유는 이곳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의 키에 맞췄기 때문이란다.
 우리학교 농장 포도밭에는 여러 사람들의 추억이 담겨있다. 매년 포도밭에서 농생대 4학년들의 취업을 위해 지내는 고사인‘도원제’가 대표적인 추억의 행사다. 이렇게 포도밭은 농생대생에겐 힘을 주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실험실 사람들에게 포도밭은 마치 잔디밭과 같은 곳이기에 함께 놀고 즐긴다. 김명선(원예·4)양은 기분이 울적한 밤이면 포도밭으로 발걸음이 옮겨진단다. “하늘의 별도 보고 벌레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저절로 풀어져요”라는 말에서 포도밭에 대한 그녀의 정이 느껴진다.
 이어서 그들은 포도밭에 얽힌 사연에 대해 교수님과 선배들한테 들은 재밌는 얘기를 꺼낸다. “옛날엔 학교 근처 K대학에서 포도 서리를 했었던 적이 있었대요”라고 김병기군이 말하자 “한 때는 ‘독극물 위험, 먹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붙여 놓았다고 하더라”며 김명선양이 말을 잇는다.

 힘들지만 힘이 되는 곳
 1년 내내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단다. 그러나 그들은 “일을 좋아하고 선배 같은 교수님이 있기에 힘든 때도 더 잘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병기군은 “교수님과 함께 자주 사우나도 가고 식사도 함께 한다”며 잠시 교수님 자랑을 풀어 놓기도 했다.
 또 “실험실은 그저 실험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들어오는 후배들이 있다”며 그래서 후배들에게 “우리 실험실은 실험실이지만 실험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이어 “1년의 시간을 요구하는 실험이기에 땀 흘리며 고생해야 하는 것을 알고 끈기 있게 실험에 참여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속에서 장택기(오만석)는 이지현(윤은혜)에게 이런 대사를 한다. "원래 농사를 배운다 카는 거는, 액비 어떻게 치우고, 퇴비 어떻게 만들고 그런거 배우는 게 아니야. 농작물이 아프다 하면 같이 아파하는 농사꾼의 마음을 배우는 거지. "
 우리학교 포도밭 실험실 사람들도 이런 마음으로 포도를 가꾸며 실험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해 본다.

임지은수습기자 peterpan@cnu.ac.kr
사진 / 진희정 수습기자 swhj@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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