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무조건 좋다(?)

  최근 기숙사에서는 오토바이와 차량을 소지한 사람을 퇴사시킨다고 해서 사생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교정이 넓고 전체적으로 오르막길인 탓에 자전거를 타기에는 오히려 더 불편해서 적절한 이동수단으로 학생들은 오토바이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기숙사측은 사칙에도 없는 규정을 적용하며 억지행정을 펼치면 안된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들 역시 학내의 교통문화, 특히 오토바이와 자동차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우리에게 주는 대표적인 편익은 무엇일까? 물어보나마나 편안함과 빠름일 것이다. 대체로 이런 이유로 차량을 구입할 것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1만8천 학생중 보행자들이 훨씬 많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자체가 차량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보행자가 겪는 불편함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꼭 도로를 건널때는 좌우를 훑어보아야 하고 길을 걸을때도 차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또 일부 난폭(?)운전자들 때문에 사고위험도 크다. 필자가 사고 현장을 보아온 것만 해도 3, 4번이나 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서지 않고 차량은 더욱 늘어나고만 있다. 오히려 차 없는 사람이 미안해야할 정도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대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빠름에 대한 것이다. 빠름은 속도, 스피드의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왜냐하면 속도가 없다면 빠르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빨리 걸어갈 때, 혹은 빠르게 달리는 차량에 타고 있을 때, 생각이 없어진다고 한다. 정확히 말한다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의식하고 있거나 빨리 달릴 때의 스릴을 맛보거나 하는데, 이에 반해서 빨리 걷고 있는 사람이 천천히 걷게 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거나 어떤 기억을 떠올리려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속도가 줄여질 때 사람들은 한 번더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얘기다.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속도에 대해 너무나 잘 믿는 경향이 있다. ‘빠르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논리가 어느새 우리의 일상속에 깊히 파고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급성장해온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빨리 건설하려했던, 속도를 숭배했던 우리나라가 이제 그 속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듯 하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도 선선해 졌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이시점에 파란 하늘을 보기 위해서라도 차에서 한 번 내려보자. 그리고 너무 빨리가려고 서둘지 말자. 빨리 간다고해서 좋을것은 하나도 없다.

박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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