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앨범속의 추억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는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게 한다. 그 동기가 만남이든 이별이든 정성이 담긴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대학 입학을 며칠 남겨둔 어느 날이었다. 오후 8시에 전화가 왔다. 내가 관심있어 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선물을 남기기로 했다. 나는 오랜 생각 끝에 선물을 마련하여 약속장소로 나갔다. 그 사람은 미리 와 있었다. 밤하늘을 쳐다보며 다시 만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못내 아쉬워했다.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한시간쯤 흘렀다. 서로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헤어졌다. 얇은 포장지,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향수와 립스틱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선물은 다름아닌 구두 상품권이었다. 그 속엔 짧은 글이 남겨져 있었다. “난 항상 너와 함께 다니며 널 지켜볼거야.” 지금에와서 돌이켜보면 유치하게도 느껴지지만 씁쓸한 생각이 눈앞을 가린다. 요즘도 그 사람을 아주 가끔씩 만나지만 예전같지가 못하다. 그러나 그때 그 사람의 마음은, 내가 소중히 간직하는 앨범속에 담긴 그 상품권처럼,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남     이호진(회계ㆍ1)

 

 돌고 돌아

  고등학교 3학년 가을, 아마도 두 번째 ‘대학수학능력고사’를 치룬 후 여러날이 지난 다음이었다. 대전 모 신학교에서 2년째 대학생활을 하고 있던 오빠에게서 오래간만에 편지 한통을 받게 되었는데, 그 속에는 고3병 없이 한해를 잘 보내 주어서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격려의 말이 담긴 짧은 편지와 ㅇㅇ회사 구두 상품권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늘 티격태격하면서 때리고 맞는 관계였던 우리 남매사이에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숙사에 있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 섞인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전했고, 남은 시간동안 더욱더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결심을 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주말을 이용해서 친구와 함께 신발가게에 가기로 했건만, 곧 다가오는 어머니의 생신이 떠오르지 뭔가! 그때 내 머리를 스쳐지나간 것은 바로 오빠에게서 받은 상품권이었고, 자취생으로 용돈을 아껴 거액(?)의 상품권을 구입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하실 어머니를 상상해 보았다. 뿌듯하고 벅찬 가슴으로 어머니의 생신에 즈음하여 카네이션 한 송이와 상품권을 내밀었을 때, 오빠의 난처한 모습과 어머니의 황당하신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어머니의 한 말씀.
 “이거 엄마가 준거 아이가···”

여    이지혜(심리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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