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척박한 토양속에 싹트는 문화현상


  최근에 어느 유명 인기그룹의 콘서트를 보고 난후 가사중심의 진정성없는 사회 비판을 유의해야함을 지적한 글을 떠올려본다. 내용은 콘서트 중에 불리운 곡 중에서 동성애자들을 비난한 점을 꼬집고 있었는데, 동성애자들이 여전히 정상의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그들을 비난하는 곡을 사회비판 가요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이를 단 한마디로 옮기면, 파시즘적 주류에 의해 억압되고 있는 마이너리티들에 대해선 옹호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또 얼마 전에 교양 프로 ‘송지나의 취재파일 세상속으로 ─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레즈비언’은 동성애자들이 떳떳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들의 주장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했다.
  한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대학생위원회 제1기 수료자들이 실시한 ‘기독청년들의 생활형태와 가치관 조사’의 결과자료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이율배반적인 가치규범의 피해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생활속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조사는 지난 1월부터 2개월동안 서울지역 교회 청년부를 방문, 3백 71명의 기독청년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여성이 2백4명, 25세 미만이 2백71명으로, 설문은 모두 55개 문항. 사회참여도와 교회생활 생활양태 가치관 진리관 등을 묻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 이성관계에서는 포옹을 해봤다는 응답자가 34%(남자 40%, 여자 27%)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입맞춤 경험은 26%(남자 34%, 여자 20%)에 달하는 것에 비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4%(남자 6%, 여자 2%)에 불과했다.
  또 90%의 응답자가 교제중인 이성친구와 입맞춤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동성애에 대해서는 거의가 부정적인 입장(63%)을 밝혔다. 그런데 여러가지 항목 중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다음이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동성애자인 것으로 밝혀졌을 때는 9%만이 관계를 끊겠다고 답해 대조를 보였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인가. 동성애는 하나의 금기사항 이었다. 동성애 행위자체는 물론이고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조차 그랬다. 그러나 몇년새 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영화, 연극, 드라마, 컴퓨터 통신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실세와 허구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펴져나가고 있다. 일각에서의 우려와, 또 한편에서의 이해속에서 말이다.
  대학가에서는 동성애를 주제로한 토론회가 늘었고 몇몇 학교에서는 공개적인 동성애자모임도 설립됐다. 하지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동성애가 짧게 지나가는 시대적 조류나 유행패션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문화가 그 시대적 소산물로 시대상황과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때 동성애도 엄연히 우리 사회의 문화 현상이라고 수용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뜻한다.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을 통하여 동성애와 대중문화의 관계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선을 넘어선지 오래다. 어쩌면 외국의 몇 경우처럼 이러한 사회 현실에 뒤쳐진 법과 제도적 장치를 손봐야할 시점에 다가섰다면 섣부른 판단일까.
  이제는 동성애가 더이상 정상이라든지 비정상이라든지 하는 통계학적 수치에만 얽매인 판단은 일단 유보해야 하리라. 단순하게 사회의 윤리와 가치기준의 척도로만 바라보기에는 그 바탕이랄 수 있는 사회 현실 자체가 기성세대의 자기합리화와 비윤리적인 일탈행위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고 보는 측면에서, 신세대 개념이 도입된 이후의 세대에게 동성애가 비정상이라는 윤리와 도덕을 강론하는 것은 이미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본다.
  더구나 이 사회의 소수로, 추잡한 족속으로 격하시키는 분위기속에서, 온존하기 위해서 붙잡을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관점에서의 동성에는 이미 60년대부터 활발하게 전개돼온 미국이나 유럽의 게이인권운동 이념을 수용한 것이라 볼 수 있고, 구미 선진국으로의 이행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식의 접근방법은 또다른 문화의 종속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하는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자 수는 5백21명이란다. 그러나 실질적인 숫자는 2천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단다. 이 수치의 원인제공자가 모두 동성애자라고 볼 수는 없다. 동성애 자체가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에이즈의 발병과 전파의 경로가 된다거나, 기존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어둡고 위선적인 면을 나타내는 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거부의사를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엄연히 존재하는 문화 현상으로 바라보아야할 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현상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성애 논의를 수용할만한 토양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관련한 외국의 이론과 체계를 조급하게 받아들이려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어찌되었던 간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동성애에 대한 관심촉구와 함께 그들에 대한 인간적인 따뜻한 이해의 바탕을 마련해주고 용인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본다.

박현선<대전YMCAㆍ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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