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과의 지화자양은 9월만 되면 눈에 불을 켜고 다닌다. 곧 다가올 수시고사를 대비해 공부를 열심히 하기위해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바로 10월초에 있는 동문페스티벌이 그 이유.
  꼭 쌍쌍으로 와야하는데 만약 안나오면 벌금이 자그만치 2만원이다. 2만원이면 카페테리아에서 밥이 몇끼며 피즐이 몇갠데. 돈도 돈이지만 남들 다 쌍쌍으로 오는데 나만 홀로 구석에서 청승맞게 앉아있는 것은, 하늘높은 줄 모르는 내 콧대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과 친구, 선배, 심지어는 길가던 동아리 후배까지 붙잡고 남자하나 소개시켜달라고 비상이 걸렸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지나가는 괜찮은 남자에게 속칭 헌팅을 할까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지화자양과 마찬가지 처지인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정문 혹은 쪽문에서 도서관쪽으로 올라오다보면 갖가지 문구의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매년 가을만 되면 학내를 수놓은 이 플래카드는 과나 동문회에서 졸업생환송회 및 페스티발을 알리는 것이다. 이 갖가지 모임에 소속돼 있는 많은 학생들이 이 행사에 참여한다. 학내의 노천극장이나 궁동의 락까페, 은행동의 대형 나이트클럽을 빌려서 하는 이 행사는 도대체 어떤걸까.
  졸업생환송회와 겸해서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1부에서는 졸업생 인사와 선물증정, 교수님의 졸업축하말씀 또는 과를 소개하는 비디오상영 등을 한다. 이것이 1부의 공식적인 행사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2부가 시작된다. 사회자가 나와 게임을 하거나 장기자랑, 춤경연대회 등을 하는데 사람들이 가장 흥미있어하고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바로 커플을 타겟으로 삼은 야한 게임이다. 종이를 한장 주고 양쪽으로 입으로 뚫으라고 하거나, 한 사람의 몸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인 후 상대방의 눈을 가리고 더듬어 떼라고 하는 것은 비교적 양반에 속한다. 계란을 여자의 오른쪽 소매에 넣어 남자로 하여금 가슴쪽에서 두바퀴 돌리고 왼쪽소매로 빼내는 너무나 노골적인 게임도 있다. 직접하는 사람은 둘째치고 보는 사람도 민망할 정도의 게임이 대부분이다. 공과대같은 경우 1년 행사 중 신입생환영회, MT, 졸업생환송회 및 페스티벌 이 세가지 행사에 거의 모든 예산을 쏟아넣고 있다. 이 정도된다면 이 행사의 본래 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아탑에서 공부하고 단련한 뒤 사회로 나가는 선배들의 졸업환송회는 분명 기뻐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 뒤에 진행되는 흥미위주의 민망한 프로그램이 행사의 원래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너무나 소비적이고 향락적으로 치닫지는 않았는지 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기획되는 행사가 한때의 재미거리로 전락하고, 같이 갈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좀더 개성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색깔과 주제를 지닌, 가을만 되면 기다려지고 대학시절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되는 페스티벌이 되기를 바란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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