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과 다양성의 새로운 패러다임


  사이버문학은 무정형적이고 비제도적이며 다성적인 소통 구조를 지니고 있는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 ─ 가상 현실 경험을 만들어 내는 컴퓨터 내에서 소프트웨어에 의해 생성되는 ‘방’이나 ‘공간’─에서의 글쓰기이다.
  다시 말하면 컴퓨터가 중재하는 다감각 경험이며 우리 감각을 속이고 ‘또다른 세상’에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어느 곳에도 없는 공간’에서 글을 쓰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이미 형식과 내용이 제도화되어 있는 기존의 글쓰기(문학)로 사이버문학에 대하여 정의하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사이버 문학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내용들이 서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최근의 논의 속에서 모아지고 있는 내용들을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사이버문학은 PC통신의 실시간성과 소통 구조의 쌍방향성에 기반하는 글쓰기이다. 이것은 작가와 독자의 전통적 분리에 기반한 창작과 수용이라는 문학 행위의 두축을 통합하는 한편 비교적 엄격하게 제도화되어 있는 장르들 사이의 경계를 지워 버리고 창작과 비평의 분리를 해체한다.
  또한 사이버 문학의 주체는 지금까지 제도로서의 문학에서는 ‘소비자’라는 수동적 위치에 머물러왔던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사이버문학의 내용적인 면에서 기성 문단에 대한 가장 커다란 이반지점은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상상력’이다. 사이버 문학은 특유의 익명성과 그로인한 무책임성 덕분에 작품의 주제와 작가의 인식폭을 지레 협소화 시켜왔던 ‘도덕 강박증’의 영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리하여 작가의 도덕적 부담이 줄어들어 유연한 상상력이 뛰어놀 토양이 보다 확대되고 불편 부당한 각종의 내외부 검열 기제들이 속속 파손된다.
  또 한 측면으로는 사이버문학의 탈 이데올로기적 경향을 들 수 있다. 실로 사이버문학은 ‘가볍다’ 그것은 단순히 ‘경쾌하다’는 표현을 넘어 ‘정치적 무뇌증’을 의미하며 도덕적 ‘경박함’을 내포한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세계이며, 분명히 현실로부터 태동하였으되 끊임없이 현실로부터 이탈하려는 속성을 가진 유동적 세계이다. 그 때문에 사이버 스페이스는 본질적으로 아나키적이다. 사이버 작가들은 개별자들의 해체적 일상과 비정치적 에피소드에 몰두한다.
  사이버문학은 형식적인 면에서는 본격문학에서 그간 소외되어 왔던 다양한 주변 장르들을 오히려 자신의 핵심 장르로 복권시킨다. 예컨데 서사 장르에서는 SF, 무협, 판타지, 추리, 연애(혹은 성애)물들이사이버문학의 중심에 나선다.
  또한 주변 장르의 당당한 복권과 함께 기본 장르에 대한 공격적 해체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예컨데 시와 소설이, 소설과 수필이, 수필과 우스개가, 우스개와 호러가 어지럽게 삼투하며 넘나든다.
  이와같이 사이버문학은 단순히 통신망 내에서 유통되는 문학 행위라는 매체적 요인이나 공간적 지엽성만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문단제도와 출판시장에 의해 직접 간접적으로 억압되고 왜곡되어 왔던 상상력과 정서의 ‘해방’, 소통 구조의 ‘다양성’을 통한 새로운 문학 패러다임의 구축을 염두에 둔 이념적 지향태로 가능할 것이다.

김삼구(한문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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