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

  “자! 양말 세 켤레 천원! 싸다 싸! 골라요. 자─”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상술의 대가들의 목소리들. 그 좁은 틈사이로 자그맣게 한 노모의 목소리도 섞여 흐른다.
  “총각! 미나리, 이거 오백원에 떨이로 줄께. 좀 사 가구려. 아이구 허리야, 오늘은 또 왜 이리 쑤시는지…”
  쇠잔한 목소리 너머로 세월의 흔적인 주름을 새기고 계시던 친할머니의 따스하던 잔영들이 미어지는 가슴속에서 숨을 쉬기 시작한다. 비녀머리의 할머니가 곱슬한 파머 머리로 둔갑을 하더니만 이내 어머니의 모습과 어우려져 분간이 가질 않는다. 안개속을 뚫고 저 멀리서 오고 계신 쇠잔한 어깨의 아버지처럼.
  오늘은 모두 장터에 한번 나가보자.
  그네들은 약해진 우리에게 새로운 삶이나 패인 주름이 부모님의 모습을 연상시켜 주기에 충분할게다.
  출출한 위장속으로 맑은 곡차와 돼지창자를 밀어넣는 운치도 새로이 느끼고, 시린 가슴 사이사이론 하지도 못할 효심을 다져 넣고, 무심히 지나쳐 온 미나리 할머니의 미나리를 받아들고, 동전 하나 쥐어드리며 거칠한 내 부모의 손인양 살포시 잡아보고, 비닐 봉다리 흔들며 돌아선다.
  ‘남은 동전으로 고향집에 전화 해야지’ 라며. 

남     조세현(화학ㆍ4)

 바다와 같은…

  아! 벌써 4년전의 이야기다. 때는 高3!
  야간 자습을 시작하기 전 저녁식사 시간인데 우리는 먹을 도시락이 없었다. 미리 다 먹어버렸기에. 그런 친구와 내가 가끔 저녁시간 1시간을 보낸 곳이 바로 시장이었다. 꽉꽉 막힌 상자 같은 교실을 탈출해서 찾은 그곳은 정말 숨통 트이는 곳이었다.
  어물전 앞의 고등어, 갈치, 고등어, 골뚜기 등을 보면서 우리는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색색깔의 과일과 초록의 푸성귀 냄새는 지쳐있는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시끌 벅쩍 흥정하는 소리, 오토바이, 생선상자 실은 자전거 소리···. 그 소리에 맞춰 우리도 열심히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가끔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순대국밥 집에 들르기도 했다. 대포 한잔 걸치시는 아저씨들 틈에 끼어 교복 입고 눈치 보면서 먹던 그 순대 국밥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하나에 100원씩 하던 호떡과 붕어빵도 우리의 영원한 밥이었다.
  그 당시 ‘시장’은 우리에게 ‘바다’와 같은 곳이었다. 가슴이 답답할 때 나가면 큰 숨을 쉴 수 있는 곳! 4학년 2학기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일 시장에나 나가볼까나?

 여     이 미 영(문헌정보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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