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 본능중에 동물과 다른 것은 폐쇄된 공간과 어둠이 동반될 때 부끄러움을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성본능을 이렇게 말한다. 이런 추상적인 이론들을 만족시켜주듯이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업소에서는 날로 폐쇄적인 인테리어로 바뀌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두드러지고 우리와 깊이 관련되는 곳은 비디오방이란 신조어로 우리에게 낯익은 영화 감상실일 것이다. 극장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스케일과 생동감보다 공개성과 산만함을 어느정도 극복하게 해주는 비디오방. 최소한의 밀폐된 공간에 다른 영화를 보며 한곳에서는 울고 한곳에서는 웃는 곳. 어찌보면 포스트모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인 듯하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앞서 싶리학자들이 설명했던 말처럼 밀폐되고 어두운 공간에는 성본능이 부끄러움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들은 새동네에만 10군데가 훨씬 넘는 비디오방의 친절한(?) 배려 덕분에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목적이 영화 감상인지라 완벽한 방음시설, 금새 잠들것 같은 푹신한 소파, 그리고 냉 난방시설까지 갖춰 너무나 안락하고 쾌적하다. 더군다나 만원정도면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여관비의 절반정도밖에 안되는 가격, 부담없이, 아무 죄의식없이 갈수 있고, 영화 볼 핑계거리마저 있다면 이것이야 말도 높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경쟁력’을 잘 갖추었다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아침이 밝아 밤새 잔 연인들의 비디오 객실을 청소하다보면 쓰레기통에 널려있는 휴지조각, 피임도구들.
  이 정도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요즘 대학생 동거로 대학내에서 성문제가 심각히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는 피부로 다가온다. 대학이라는 이 세상을 순수히 바꿀 의무조차 느껴지는 선택되어진 공간에서 퇴폐적이고 문란한 성들이 방치되어지고 있다는 것. 낙태, 미혼모등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되어지고 있는 성의 말로가 대학에 투영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완전한 개방식 설비ㅡ물론 최근에 반 정도 개방이 되었기는 하다ㅡ, 비디오 방만이라도 24시간 영업 금지, 카메라등 감시 시설확충등의 구체적인 대안들은 쉽게 생각되어진다.
  하지만 그보다도 본질적으로 우선되어져야 할 것들은 개방의 물결 속에 어느새 서구화 되어버린 우리의 성문화에 대한 자각일것이다. 그렇다고 조선시대의 정조 관념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완성으로써의 성! 진리의 전당인 대학이 최소한 썩은 사회의 거울이여서는 안되겠다는 자존심! 미쳐버린듯이 거꾸로 돌아가는 시대지만, 우리의 성 부문만은 좀더 자주적으로 학생다워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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