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엽부

  낙엽사람이 지성보다 감성에 더 충실할 때가 바로 가을일 것이다. 가을이 오면 누구나 괜한 공상과, 낭만, 추억을 생각하며 감상에 젖게 된다. 그리고 지는 낙엽을 보며 한손엔 따뜻한 커피 한잔과 또 다른 한손엔 안 읽던 문학책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또 아직도 짝을 찾기 못해 외로움을 혼자 달래는 청춘 남녀들은 오늘도 새동네 거리를 밤새 해메고 다닐 것이다. 나도 그중에 하나이지만 고상한척하며 고교시절 문학책에서 본, 작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눈을 찬미한 백설부란 수필을 어줍찌않게 흉내내어 낙엽에 대해 써보겠다.
  겨울내내 두꺼운 나무가지 안에서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려 새색시처럼 겸손히 낙엽은 자기의 인생을 출발시킨다.
  여름의 한창 불볕과 당당히 맞서 더더욱 푸르러지니 이미 가을의 풍성함은 예약되었던 것인가.
  가을의 열매를 위해 그토록 당당하였는가. 이젠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축제를 위해 몸단장을 한다. 이미 몸은 기진하여 가지와의 작별을 준비하지만 겉모습은 더더욱 아름다워 지는구나! 그리곤 자신의 일생의 성실한 마침에 만족하여 늦가을 찬바람의 동행에 말없이 같이한다.
  낙엽이여, 그대의 눈부신 일생이 부럽네그려.

 남  전승근(기계공학부 · 1)

 

 낙엽침대와 그

  해마다 가을이면, 낙엽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렸지만 조숙했던 난, 주번짱을 맡아, 아이들과 방과후에 학교 곳곳의 쓰레기와 낙엽을 주웠다. 학교 소각장 옆엔 낙엽을 쓸어모은 큰 더미가 있었는데 그곳은 그네, 미끄럼틀 못지않은 우리들의 좋은 놀이터였다. 담에 올라가 푹신한 그 속으로 뛰어내리기도 하고, 낙엽을 서로의 머리위에 꽃가루처럼 뿌려 주기도 했다. 그날도 쓰레기를 버린 후, 우리들은 낙엽침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런데 웬 연기? 우리는 우리들의 보금자리가 몽땅 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급한 마음에 옆에 있던 더러운 빗물이 담긴 양동이를 퍼부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곳엔 평소에 모범생이자, 우리반에서 가장 멋진 남학생이 담배를 피고 있는게 아닌가. 좀 놀랐지만 그애의 무언의 호소에 그 일은 우리들만의 비밀이 되었다. 은근슬쩍 그를 좋아했던 난, 그것을 빌미로 내가 다니는 모든 곳에 그를 끌고 다녔다. 그애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많은 시간들을 함께 한 우리는 서로(?)를 향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지만, 그 해 가을이 채 가기 전, 그는 다른 도시로 전학을 갔다. 그 때는 그 감정을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가을 한철 낙엽처럼 왔다간 추억이 나의 풋사랑이었다는 것을.

 여  한유진(중문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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