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에 담긴 후회

  밤늦게 호출음성이 왔으나, 시험과 피곤함을 이유로 듣는 것을 뒤로 미루다 아침에 음성을 들으니 친구였다.
  고3시절 야간자습시간에 뒤에서 선생님 몰래 만화책을 먼저 볼려고 다투었고, 입시 발표날 나보다 먼저 내 합격을 확인했던 친구. 늦게 군대가는 나에게 고참의 훈계처럼 가르쳐준 조언이나, 제대한지 얼마안된 3월, 새동네에서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자주 연락하길 강요했던 그 모습. 축제때 주점에서 술을 마시며 우정의 영원함까지 확인했는데….
  아직도 나에게는 그 넉넉한 웃음과 여유, 충고가 필요한데….
  병원에 택시를 타고 가는데 “누가 다쳤어요?”하는 질문에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눈물이 사치라고 느꼈던 나에게 이때처럼 눈물이 아름답게 보인적은 없다.
  결국 내가 줄수 있는 것이라곤 생일날 함께하지 못함을 국화꽃 한송이에 담아 친구의 사진앞에 놓는 것일뿐! 병명도 모른 채 떠난 친구에게 그동안 잘해주지 못한 후회가 서럽도록 밀려온다.

남     윤석춘(공법ㆍ3)

 

 엽서

  “오늘은 유난히 ‘10월의 마지막 날’로 시작하는 엽서가 많네요.”
  커피한잔과 함께 틀은 라디오에서 나온 여성진행자의 멘트였다. 벌써 그렇게 됐단 말이야? 내 스물한살이 두달밖에 안 남았다니. 유일하게 오전수업이 없는 목요일, 낙낙한 아침에 내 대학생활에 대한 짧은 생각을 해본다.
  누군들 안 그렇게냐마는 너무나 ‘다사’하고 ‘다난’했던 2년동안 기쁘고 따뜻한 추억도 많지만, 아쉬움과 후회도 많다. 내 삶의 구비구비에 닥쳤던 선택의 기로에서, 나를 다지는데 한 몫했던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이 많다.
  당장 지난 수시고사때 좀더 열심히 공부할 껄 하는 아쉬움에서 지금은 군에서 뺑뺑이 돌고 있을 친구에게 좀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시장에서 다리없는 걸인이 지나갈 때 그냥 외면해 버린 일 등 여러 일들이 머리를 스친다.
  왜 일이 닥치거나, 사람이 있을때는 잘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후, 그 사람이 떠난 후에야 후회를 하는지. 아니, 이젠 지난것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벗어버려야 겠다. 지금 내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잘해줘야지라고 생각해본다.
  문득 푸쉬킨의 시 한구절이 생각난다.
  ‘마음은 미래를 바라노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것. 모든것이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것 그리움이 되리니.’

여    김은주(문헌정ㆍ2)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