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 꿈의 온기 불어넣는 사람들

  사람은 살아가면서 대부분 직업을 갖게 된다. 직업을 갖는 우리에게 있어서 노동자라는 말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막노동판이나 공장 같은 열악한 작업환경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동에는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이 있다. 그러므로 셀러리 맨이나 의사같은 속칭 ‘화이트 컬러’라고 지칭되는 부류의 사람들도 노동자라는 의미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직업인이 노동자라는 범주에 들게 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자리한 ‘노동자 문화공간 일터(이하 일터)’는 우리에게 커다란 의미를 갖게 한다.
  90년도에 ‘맘판’이라는 노동자 문화공간이 처음 생겼다. 그러다 94년도에 지역노동자 풍물패 ‘맥박’과 통합하여 ‘일터’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일터는 지역 노동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문화적인 내용을 알고, 함께 참여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난 대중문화단체이다. 현재 조폐공사, 한국통신등 5개의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풍물, 연극 등 각종 강습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혼례행사와 작년에 이어 올해 2회를 맞는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11월 3일, 서대전시민공원 야외마당에서 열렸던 정기공연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크다. 그동안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가 없었는데 작년부터 정기공연은 노동자들이 자체 제작하여 풍물, 공연, 몸짓, 노래 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터는 매년 전국적으로 하는 행사인 5ㆍ1절 행사, 전국노동자대회, 노동자 송년단결의 밤 등에 지역 문화패와 함께 참가하여 집회의 성격보다는 문화공연으로 자신들이 그동안 닦은 기량을 선보인다. 또한 지역문화패 지원사업과 문화단체 연대사업을 하고 있다. 타지역 문화단체와의 연대사업은 현재 모색중이다. 맘판시절에는 ‘맘판세상’이라는 회보를 매월 제작했는데 지금은 여건이 허락지 않아 기획중이다.
  현재 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학씨는 “평소에 노동자들은 문화활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그래서 강습을 하면서 기뻐하고 앞으로도 계속 강습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또 한가지, 노조에서 문화패를 꾸렸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터에 항상 보람차고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터는 매년 말에 한번 있는 총회를 통해 선출되는 대표와 사무국장 그리고 약20여명의 정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정회원이 공장 등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공연이나 강습할때 자기 시간을 쪼개서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회원들에게는 회비와 강습생들에게는 강습비로 월 1만원을 받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해 수익사업까지 해야하는 일터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타개할 수 없다. 특히 경험부족 등 노동자들이 문화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까지 되어있지 않다는 것도 어려움 중의 하나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겪어온 노동 현장의 찬바람을 알고 있다. 차가운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꿈의 열기를 불어넣어 주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오늘도 노동자들을 위해 열심히 북을 두드린다. 자신들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을 노동자들과 시민들을 생각하며.

유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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