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지난 8월 발생했던 연대 사건때의 인권유린이나 아직까지 일제치하의 잔재로써 암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고문 그리고 불평등한 노동법 등 인간을 인간으로서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이런 곳에서 우리 주변에 판치는 헐리우드의 제국주의적 영화와 그에 따르는 가식적인 멜로, 폭력, 선정적인 영화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여기 우리에게 축제가 될 만한 영화제가 있다. 진정으로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영화제가 열린다.
  제1회 인권영화제가 “영화속의 인간, 인간속의 영화”라는 주제로 11월 2일부터 8일까지 이화여대에서 열렸다. 이 영화제는 후원금을 모금하여 기획된 만큼 무료였다. 독립영화단체 ‘인권운동사랑방’, ‘씨네21’, ‘키노’ 그리고 이화여대 총학생회의 주관으로 열린 이번 영화제에서 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10월 11일 서울 종로성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의 성명서를 통해 이번 영화제의 의의를 “인권영화제는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를 생각케하고 우리가 받아야 할 참된 위안이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할 사건이며 인권 의식의 대중적 확산의 길을 찾지 못하는 인권운동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이다”라고 밝혔다.
  국제 앰네스티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프랑스에서 제작한 ‘잊지말자’라는 영화로 개막을 하는 이번 영화제는 ‘해고자’, ‘그리운 사람들’, ‘분단을 넘어선 사람들’ 같은 우리나라의 작품을 비롯하여 다수의 외국 작품도 선보인다. 그속에서 아동학대, 노동자의 권리, 정부와 언론의 횡포, 여성 차별, 동성애 문제, 인종 차별 등 다양한 인권유린의 현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는 일부 교수들의 반대와 문체부의 압력으로 불법으로 치뤄지게 되었다. 그동안 학교에서 하는 행사를 신고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체부에서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영화는 상영할 수 없다며 불허방침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개막행사로 하려 했던 분단 희생자 진혼굿 ‘마른잎 다시 살아나’ 가 리허설만으로 끝나 그것이 사실상의 개막행사로 되어버렸다.
  서울 행사가 끝난뒤에는 구미시를 시작으로 제주시까지 전국적으로 약 한달간 지방도시를 순회한다. 처음에는 10개이하의 도시를 순회하려 했으나 많은 도시의 사회 단체들이 영화제를 열겠다는 의욕을 보여 약 16개 도시를 순회한다. 대전지역에서도 이번 영화제를 열게 되어 관심있는 영화동호인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영화제는 분명히 우리에게 인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번 영화제를 관람하고 나서 단순히 우리의 이기적인 쾌락으로 만족하고 거기서 그치게 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영화를 바라보고 인간을 바라본 후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순이 있다면 깊이 생각하고 함께 고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유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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