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눈물로 세운
온갖 헛것들로 똘똘뭉쳐 꿈쩍않는
돌탑의 옆구리를
바람결로 쓰다듬다가
주위를 뱅뱅 돌다가
맨주먹으로 내리쳐
피투성이 부끄러움을 보다가
안타까이 속태우며
발길질말 헤대다가

쓰러지지 않는 옹고집의 아랫도리를
흙묻은 곡괭이로 미친듯 헤치며
울음 반 웃음 반으로
흔들다가

새로운 탑을 세워야 할때
묵은 어둠을 씻어내면
먹장 구름속에 숨어있는
한바탕 소낙비
소낙비가 내리면
매운 계절의 꼭대기, 맨살로 이겨낸 열정으로
굳은 마음도 씻기고

그 아픔의 명중은
눈물, 눈물이어야 한다
아무도 짓밟지 못한 처녀
그 농밀한 가슴이어야 한다

권하정(철학ㆍ1)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