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떳떳한 연극을 위한 투혼

  처음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공연 포스터들이었다. 지난 달 29일부터 마산에서 열렸던 ’96마산국제연극제에서의 공연을 끝낸 후에 모든 단원들이 집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청소를 못했던 것이다. 그외에 무대장비와 소품, 이불등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극단 ‘금강’이 있었다.
  금강은 1990년 12월 이삼십대의 젊은 연기자들 7명이 모여 서로 공부를 하며 대전의 연극을 짊어지고 나간다는 취지하에 동인제의 형식으로 연기자 그룹을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형성되었다. 동인제란 특정대표가 없이 모두 똑같은 직무를 갖고, 모두가 대표와 같은 일을 맡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추진력의 문제를 비롯한 자체기획의 어려움으로 7명중 한명인 권영국씨가 인수를 해서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1991년 3월 ‘시민K’란 제목으로 창단 공연을 한 후, 최근작품 ‘그린벤치’까지 41회 공연을 했다. 예전에는 3월과 10월 정기공연을 해왔지만 요즘은 하지 않고 있다. 권영국씨는 “초기에는 쉼없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자체평가를 내리고, 얼마전부터 단 한작품을 만들더라도 질적 상승을 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금강은 대표 권영국씨를 포함하여, 배우, 스탭까지 합하여 약 15명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금강을 거쳐간 사람들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 배우겸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중인 사람 등 다양하다. 그 중에는 우리학교 연극동아리 ‘시나브로’출신의 배우도 있다. 극단간의 연계는 자신들의 작품에 적합한 배우를 다른 극단에서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후배 극단인 ‘새벽’은 서로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 같아서 올해 3월부터 금강의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권영국씨는 “인원부족으로 기획의 전문화가 쉽게 되지 않는 마당에, 서울의 이벤트 회사가 운영하는 대규모의 서울지역극단이 인원을 끌어가기 때문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재정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어 스폰서를 구하고 싶지만 작품의 질에 있어서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탁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방송사에서 우리 지역이 만든 작품보다는 서울극단의 작품에 더 호감을 갖고, 그것만 선전하는 것도 문제의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권영국씨는 “가장 큰 문제는 관객이 좋다고 평가해주면 자신도 모르게 내가 잘 만들었구나하는 타성에 젖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금강은 항상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배우나 스텝에게 고정월급은 없다. 단지 작품에 동원된 사람들에게만 개인 능력과 자질에 따라 출연료가 지급된다. 그래서 동인제 시절에는 배우들이 연극에만 매달렸던 것과 달리 지금은 연극에 지장을 주지않는 한도내에서 부업형식으로 방송국 꽁트에 출연하거나 조명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권영국씨는 출연료 얘기가 나오자, “막말로 출연료를 받고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무대에 서야 할 정도로 실력이 부족한 배우도 있다”며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권영국씨는 관객이 공연을 보고서 호평을 해줄때도 기쁘지만 자신 스스로가 연극에 만족했을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을 하며 웃음을 짓는다.
  “우리나라의 연극은 외국에 의해 많이 침체되어 있다. 그것은 남을 탓할 것이 아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연극인들이 본분을 깨달아 연극의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권영국씨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차 있다. 아직 청년같은 그의 눈빛에는 대전이라는 사막을 연극이라는 오아시스로 적시고, 나아가 당장이라도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을 세계에 떨칠 기세가 역력하다. 금강은 같은 극단이 있으므로 대전은 문화의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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