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중국 유학생, 주밀(언론정보 · 4)씨를 만나다

 사투리는 아니지만 조금은 어색한 말투. 한국에서 생활한지 4년째라는 주밀(언론정보 · 4)씨는 올해로 31살, 졸업을 앞둔 중국 유학생이다. 방금 듣고 나온 수업은 어땠냐는 질문에 난감해 하며 “한 50% 정도는 알아들은 것 같아”라고 답하는 주밀씨. 여느 선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놓기 시작한다.
 
주밀씨가 한국에 온 목적
 많은 고민 끝에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그는 현재 언론정보학을 전공하지만, 이미 중국 대련방송국에서 뉴스기자로 활동했고, 다큐와 개그 프로그램 제작까지 맡았던 사회인이었다. “5년 동안 내가 살던 대련시 방송국에서 일했어. 그 때 참 재미있었어. 우리 방송국은 기자가 기사도 쓰고, 촬영과 편집까지 해서 바빴지만,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니까 무슨 일을 하더라도 문제가 없었어”. 중국 역시 사회생활에서 인맥은 중요한 요소이고, 기자만큼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 없다는 사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렇다면 열심히 하던 방송국에 사표를 쓰고 굳이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이유는 뭘까.
 “매번 촬영해 오면 다 똑같은 화면 같았어. 그래서 더 새롭게 만들고 싶었는데 그 방법을 찾지 못했지” 그런 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한국은 사회주의인 중국과 정치상황이 다르잖아. 그런 한국에서 공부하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나중에 기자를 다시 하게 되더라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그래서 그는 2002년 12월, 청주에서 생전 처음 한국어 연수를 받으며 본격적인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중국 유학생의 한국살이
“내 생각에 한국어가 중국어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 특히 반말, 존댓말, 발표할 때 쓰는 말이 다 달라서 지금도 힘들어”. 특히 방학동안 잠깐 중국에 머물면서 잊어버린 한국어를 다시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 그가 수업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시험은 어떻게 볼지 걱정스럽게 질문하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쓰고, 시험지 마지막엔 외국 사람이니 이해해 달라는 말을 교수님께 꼭 써”라며 웃음 짓는다. 하지만 노력파인 그는 열심히 공부하면 시험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래서인지 그의 학교생활은 단조로워 보인다. 항상 조용히 수업만 듣고 가곤 한다는 그의 말에 한국에서 친구는 많이 사귀었냐고 묻자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쉽게 친해지기 힘들었다”고 실토한다. 하지만 “언제든 인사하는 정도의 아는 사람은 많아도 진정 친한 사람은 소수이기 마련”이라며 사회생활에서 쌓인 인간관계의 연륜을 여실히 드러낸다.

대학생 벤처기업가의 사업계획
 중국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한국 분식점인 ‘소문난 김밥’이 지금은 2개의 분점까지 냈다는 그는“중국에 사는 한국 형님과 합작해서 한국정식, 한국식 노래방처럼 한국식의 특징 있는 음식과 오락을 융합한 주식회사를 차릴 거야”라고 또 다른 사업 계획을 밝힌다. 이것이 바로 그가 “한류열풍이 거세질수록 좋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도 중국에 다녀오고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의 의미
 현재 우리 학교에는 200여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있다. 주밀씨는 그 중에 한 사람이자 최고령자로서 다른나라에서 새오할하는 것, 특히 “유학에는 목적이 분명해야한다”고 말한다. 어린나이에 분명한 목적 없이 유학을 와 PC방, 오락실, 술집에서 놀고 수업도 들어가지 않거나 동거생활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것 저것 생각해 보고 많이 준비하려면 졸업하고 1~2년 정도 지나서 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제 한국이 너무 편하다는 그는 “집보다 여기가 자유로워서 오히려 집에 가기 싫기도 해. 집에 가면 아는 사람들과 술 마시느라 힘들다”며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천성을 숨기지 못한다.
 다음 학기가 지나면 졸업을 하고 다시 중국에 간다는 주밀씨. “한국 땅은 아주 작은데도 아직 서울, 인천, 청주, 대전 밖에 못 가봤어”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배낭여행도 가고 중국에 게신 부모님을 모시고와 한국구경을 시켜드릴 계획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하셔. 한국에 오시면 동대문, 남대문에 가고 싶다고 하셔. 한국에 오시면 동대문, 남대문, 경복궁도 구경시켜 드리려고 해”. 2명 이상 아이를 낳으면 벌금을 문다는 중국에서 역시 외동아들로 자랐다는 주밀씨가 새삼 의젓해 보인다. 졸업을 하고 그동안 지냈던 한국을 떠난다면 섭섭한 마음이 들만도 한데 “집에 가는데 비행기로 55분밖에 안 걸려. 그리고 중국에 가서도 한국 방송국과 연계해 자주 한국에 오게 될 것 같다”며 밝게 대답하며 선뜻 나중에 밥을 사주겠다는 약속까지 한다. 인생 선배로서 배울 것이 많은 주밀씨와의 만남은 이렇게 봄날의 기억 한편을 장식한다.

이정아 기자
ayersrock@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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