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학운동, 어떤 모습일까?

 이 이야기는 2001년 6월, 4년만에 출소한 윤행근이라는 자가 ‘나’와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대학생들이 국회를 만들었다며?” “아, 그거요 ‘콩그레스(The Congress)’라고 작년 가을부터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죠”, “콩그레스라니?” 형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무든다. “이를테면 전자 국회입니다. 작년에 서울, 경기와 영남지역 대학생들이 ‘시민 불복종’이라는 선언을 냈어요.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지금 이 시점부터 여의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구호를 전세계로 흘려 보냈죠. 국민 의회를 부정한 겁니다. 콩 · 그레스. 말 그대로 ‘함께 · 나감’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을 깔고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시민 의회를 구성했어요.”
 이들은 1999년 각 대학 학새오히가 주체가 되어 대학간의 독자적인 정보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당시 대학과 당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를 막았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흔히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보행위가 이처럼 금지되자,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들려고 한 정보 네트워크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곧 자신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대학 당국이 아니라 학생들에 의해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곧 세계의 뉴스가 되었다. 지금의 컴퓨터 통신으로도 정말 불가능할 것 같지않은 안영노씨의 이야기는 사이버시티(cyber city)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대학인들이 만든 사이버유니버시티는 ‘68 혁명’의 꿈이자 화두였던 교육개혁을 실현하고자 한 운동이죠. 전자망을 통하면 대학 개방과 무상 · 평생 교육, 학습 공동체의 형성, 자주적 평가 제도등이 이루어지고, 다원주의와 아니키즘을 하나의 가상 공간 속에서 가능케 하는 통신망의 특성에 의해서 정책 과정에서 학생들이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조합주의적인 대학 운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특히 전자 의회는 학생들의 자결권을 더욱 확장 해석함으로써 ‘68 혁명’의 정신이었던 비판적 대학상을 가장 급진적인 모습으로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에요.”
 또한 한편에서는 환경운동을 위한 극단적인 모임이 진행되고 있는데, 재작년에 나타난 에코토피아(ecotopia)다. 에코토피아역시 가상의 조직이지만 그 근거는 지금의 현실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안영노씨의 상상은 이렇게 진행된다.
 ‘에코토피아는 원래 환경운동의 관심에서 출발한 학생들의 조직으로, 생태계가 조직적으로 파괴되는 것이 바로 기업 자본주의와 국가 관료제 때문이라며 스스로 이런 체계를 벗어나 대안적인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한 아나키스트 학생들의 모임이다. 1998년 이들은 마침내 광활한 캠퍼스를 가진 창경대학교에 모여 자신들끼리 살아갈 독자적인 생활 공동체를 만들었다. 에코토피아의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생활협동조합 운영을 통해 다양성의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목표와, 유기농법등으로 자연으로 순환되는 환경보전형 생산을 근간으로 자급자족을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환경을 유지한다는 생태적 가치였다’
 결국 에코토피아는 당국의 강력한 제재로 와해되지만, 각각 지방 대학으로 흩어져 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또한 지역경제에 뜻을 가진 108인의 수호지대학교 학생들이 경상남도 양산에 모여 생활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 공동체로서의 대학을 실현하고자 한 양산박 운동이 있다. ‘나’와 ‘행근’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마감된다.
 “걔네들 생활 공동체는 잘 굴러가고 있을까?”, “아직은 건재해요. 그런데···”, “그런데 뭐?” 몇년을 더 버틸지 낙관할 수 없단 말이냐?, “그게 아니라, 당국은 이까짓 소공동체 실험이나 아이들 발상쯤은 특별히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해요. 문제는 졸업생 중에 다시 사회로 돌아갈 마음을 먹은 아이들이 생겨, 내부 균열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도 거기를 동경하고 들어가려 학생들이 간간히 있다 하니 그 공동체는 계속될 겁니다”, “아무렴, 계속 가야지”

정리 박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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