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역시 전국대학교를 강타하고 있는 무관심의 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21일에 있었던 총학 선거는 투표율 저조로 다음날까지 투표를 연기해야 했고, 의대의 경우는 2차례에 걸쳐 후보자 등록을 실시했지만, 결국 아무도 등록하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있다고 한다. 학내 자치를 책임져야 하는 학생회 간부가 나오지 않을 정도니 꽤나 심각한 상태이다. 물론 그들의 어려운 교과과정을 헤아려본다면 이해할 만도 하지만, 그동안 이어져 오던 학원자주의 성과들이 이번 일로 인해 삐끗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여하튼 의대문제는 차지하더라도 학내에 만연해 있는 정치 무관심의 경향은 여러가지 면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어려워진 경제는 더욱더 취업관문을 좁게 만들고, 갈수록 버젼업 되는 정보화시대의 첨병들은 적응하기 힘들게 만든다. 사회의 변화에 맞추려면 끝이 없다. 쉴틈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정도 그 변화를 따라잡았다 하면,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고 만다. 불안과 초조함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리고, ‘학원자주’, ‘주인된 권리’등의 외침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 된다. 이처럼 각박해진 세상속에서는 자신의 미래가 걱정되는 법이다.
그리고 또하나 우리를 무관심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현대의 문화이다. 20세기가 정치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 주의에는 정치같은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쓰기엔 할일이 너무나 많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누벼야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공연에다 영화, 락카페 등등···.
물론 이러한 문화들이 저급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표현의 양식이 다양해진 것이다. 이젠 단순히 입으로만 말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이미지화되어 사람들의 머리속에 각인되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의 이러한 여러가지 경향들을 살펴보면, 학생들의 자발적인 투표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사회 · 정치적인 문제가 존재하지만 20세기 말을 달리고 있는 현재의 문화는 정치적인 문제를 포용하기 어려울것 같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점점더 문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며 올바른 대학 문화란 어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보자.
박두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