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710
 이것은 올 여름이면 내 나이가 만 20살이 됨을 말해주는 여섯 자리 숫자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르는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짧은 인생이다.
 20년을 살면서 가장 기억할 만한 일이라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대학에서의 일년이라고 나는 대답할 것이다. 일년동안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 여러 가지 추억을 남겼고 이제는 조금 성숙한 모습으로 21살의 일년을 준비할 때다.
 봄은 더없이 푸르렀다. 풀 냄새 짙은 여름. 주황색 가로등 아래 두꺼비와 임페리얼을 번갈아 들이키며 ‘나’를 찾으려 애썼던 캠퍼스에서의 낭만. 부산 앞바다에서 보았던 일출의 신비로움.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추억이라는 이름을 달고 가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추억을 되새기며 감상에 젖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조차 없는 21살의 태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내게 있어 그 대답은 21살이 얼마나 아름답고 중요한 시기인지를 절실히 깨닫고 생의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이 용 범 (항공우주 · 1)

 여유가 생기는 기쁨
 이젠 대학의 정상 4학년이라는 고지에 올라섰다. 올해들어 내 새오할이 바뀐건 공부라는것을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안따라오던 몸도 서서히 철이 들기 시작했나보다. 버스에서 내려 정문에서 도서관까지, 그 길은 유난히 강풍이 부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살이 베일것 같은 아픔을 꾹 참고 목적지까지 도착한다.
 목적지 도착에 대한 기쁨도 한순간, 열람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리찾기에 또 바빠진다. 결국 갓자리 하나잡고 그때서야 안도의 큰 숨을 쉴 여유가 생긴다.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대학생들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필수교과서 ‘TOEIC’. 모두 끌어안고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저들은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순간 아찔해 지면서 난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눈은 계속 어딘가를 노려보는데 어딜가고 있는지 나도 모르는것 같다. 태양을 머리에 이고 난 계속 걷고 있다. 멈춤없이.
 이런새각을 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것’ 우리가 해를 넘길수록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기쁨 외에는 별다른 변함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자로 재듯 그어놓은 시간개념 속에서 자신의 꿈과 미래가 위기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처럼, 환한 태양이 떠오르면 밥을 든든히 먹고 멈춤없이 걷기위해 신바끈을 꼭 조이듯이.
박 경 진 (사학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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