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창조적 계승의 지킴이

 “얼씨구나 절씨구나~” 동구 하소동의 산골에 위치한 우금치의 연습실에 도착하니 구성진 판소리 가락이 들려왔다. 따뜻한 온돌사무실에 단원들이 둘러앉아 겨울 일상훈련의 하나인 판소리연습이 한창이었다.
 “매일 9시 출근해 조깅을 하고 최근 민속촌 농악단장님께 배운 소고춤과 상무를 연습해요. 오후에는 장구연습과 연기훈련, 판소리를 일상적으로 훈련하죠”라고 우금치 사무국장 김인경(30)씨가 설명했다. 특별한 공연이 없는 겨울에도 끊임 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바로 이것이 뒤늦게 출발한데도 불구하고 전국 제일의 마당극패가 된 원동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민족예술단 놀이패 ‘우금치’는 전통연행양식의 건강성을 계승, 보존 뿐 아니라 새로운 민족적 연행양식을 재창조하는 마당극 전문단체이다. 90년 5월 ‘얼카뎅이’라는 전신에서 창단해 올해 7년째다.
 마당극은 연기뿐 아니라 풍물, 민요, 춤, 상모도 잘해야 하는 종합 연희이기 때문에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우금치 단원들은 대부분 대학시절 탈패출신으로, 모두 경력이 3년 이상의 다재다능한 꾼들이다. 그외 전통혼례식, 문화행사 기획 및 연출 등을 한다. 풍물놀이는 기본이고 그외 전통혼례식, 문화행사 기획 및 연출 등을 한다.
 지금까지 약 150쌍의 전통혼례를 치뤄냈고, 1993년 대전엑스포 개막 길놀이 연출, 95년에는 아시아 10개국이 공동참여해 제작한 ‘아시아의 외침’을 초청해 함께 공연을 만들기도 했다. 항상 창작극을 기본으로 하는 우금치에게 겨울은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시기이다. 우리학교 국문과 선배인 박세환(31)씨가 주로 희곡을 쓰지만 단원들이 수많은 토론을 통한 공동창작을 한다. 요즘은 오늘 4월 28, 29일 매헌문화제 때 공연할 윤봉길의사에 대한 마당극을 창작하기 위해 자료수집중이다.
 연습실에 왠 똘망똘망해 보이는 꼬마아가씨가 있었다. 벌써부터 새내기단원을 키우나 했더니 바로 대표 류기형(35)씨와 단원 이주행(33)씨의 사이에서 난 딸 류하제(6)였다. 단원들을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는 하제는 우금치의 귀염둥이다. 김인경씨가 하제를 안으며 장난스럽게 “이중에 어느 이모가 가장 연기를 잘해?”라고 묻자 다른 단원들이 “하제야, 오토바이 타고 초코렛 사러 나갈까”라며 환심을 끌려했지만 이미 김인경씨에게 안긴 하제는 눈치빠르게 “인경이 이모요”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주행씨는 언뜻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해보이지만 작년 11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9회 전국민족극한마당에서 최우수연기상인 ‘광대상’을 수상해 그 능력을 인정받은 단원이다.
 우금치는 1894년 동학농민군이 척양척왜, 보국안민, 제촉구민을 외치며 일본군과 관군에 맞서 싸우던 최후의 결전장인 공주 우금치 고개에서 그 이름을 땄다고 한다. 그만큼 작품에서 민중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금까지 농촌현장 마당극인 ‘호미풀이’, ‘아줌마만세’ 각각 100여회, 정치풍자극 ‘인물’ 20여회, 동학백주년 기념극인 ‘우리동네 갑오년’ 100여회, 해방 50주년 기념극 ‘땅풀이’ 50여회 등 작년에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마당극 ‘팔자’를 공연했다. 또한 제 5회 전국민족극한마당에서 ‘아줌마만세’가 제 7회에는 ‘우리동네 갑오년’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아줌마만세’는 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에서 수상하는 제 3회 민족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 불었던 마카레나 열풍 등 음악계에도 더이상 영 · 미위주의 팝 음악만이 아닌, 그 나라의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음악을 지칭하는 월드뮤직이 하나의 음악장르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구화된 외래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 · 발전시키는 우금치가 바로 진정한 세계화의 공신이 아닐까. 물론 재정적인 어려움고, 창작작업, 기획력의 확보등 해야할 많은 숙제가 있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 문화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윤자 기자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