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비평-①성 상품화

 온 가족이 TV앞에 모여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다.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드라마속 주인공들이 선정적 성행위를 벌인다. 이때, TV를 보던 가족들은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딴 이야기를 하거나 왠 공부가 그렇게 갑자기 하고 싶은지 얼른 방으로 향한다. 대표적 영상매체인 TV나 영화, 광고는 그 소재로서 주로 등장하는 것이 성(性)이다. 영화에서 쓸데없는 성행위가 묘사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TV드라마에서 불륜이나 미혼모를 다루는 것도 예사다. TV는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생활전반에 깊숙히 침투해 있어 그 영향 또한 아주 클 수 밖에 없다.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성인대상 토크쇼에서는 인기있는 연예인을 초대해 부부간에 성적 마찰은 없느냐는 등의 시시콜콜한 것을 물어본다. 인기 토크쇼였던 ‘주병진 나이트쇼’에서는 여자탤런트에게 속옷과 관련해 “김혜수씨는 남자거네요, 저는 그게 느껴져요. 이영애씨는··· 불편하지 않으세요? 나는 안 입으면 불편하던데”라는 등 저속한 내용을 방송해 경고를 받았다. 한때 ‘젖소부인 바람낫네’라는 비디오가 성공하자 그와 비슷한 비디오들이 앞을 다투어 제작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성상품화가 가장 심한 것은 단연 광고이다. 휘발류 광고에서의 ‘강한 걸로 넣어주세요’나 세탁기 광고의 ‘비벼주고 빨아줘요’, 침대 광고의 ‘딱딱한게 좋은 거구나’등 듣기에 민망한 내용의 멘트가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성을 매체의 주된 소재로 삼는 가장 큰 이유는 흥미거리라는데 있을 것이다. 매체는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소비자가 보길 원한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광고에서 성을 소재로 이용하는 것은 광고를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제품에 대한 기억 대신 성적인 표현만 기억나게 한다고 한다. 이러한 점은 TV나 영화의 불필요한 성묘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동안 드라마 제작자들은 27년전 처음으로 불륜을 다룬 드라마가 성공하자 앞 다투어 불륜을 소재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다시 ‘여명의 눈동자’에서 대치와 여옥이의 절책을 사이에 둔 키스신이 화제가 되자 억지 키스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성문제나 동성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렇듯 소재의 변화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불륜에서 미혼모로 그리고 이제 다시 동성애로 소재를 변화시켜나가는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비슷한 프로들이 너무나도 많이 제작되는 것은 이제는 상품화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다. 제도로는 청소년들의 보호차원이라는 말로 성을 금기시하지만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성을 쉽게 사용하고 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포르노 잡지인 ‘펜트하우스’에 여성들이 줄에 묶여서 나무에 매달린 모습이 실린후 8세의 소녀를 강간하고 죽여 나무에 매단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성은 분명히 이야기 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건강한 방향이 아니라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제작하는 사람이나 규제하는 사람이나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소비자나 모두가 비판적이고 윤리에 맞는 성질의 것을 제작하고 규제하며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문 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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