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삐삐롱스타킹

 지난 달 15일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의 생방송 무대에서 ‘바보버스’란 노래를 부르면서 리드싱어 고구마(본명 권병준)가 카메라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고 기타리스트 달파란(본명 박현준)이 침을 뱉는 행동으로 화제가 된 삐삐롱스타킹이라는 그룹이 있다. 삐삐롱스타킹의 전신인 삐삐밴드 당시의 보컬 이윤정이 탈퇴를 하자 ‘고구마’라는 가명을 쓰는 권병준을 합류시켜 다시 탄생한 그룹이다. 삐삐밴드 당시부터 길거리 콘서트, 건물옥상 콘서트, 록카페 음반발표회 등 이색적이고 파격적인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들은 이번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많은 타격을 입었다. 처음에는 MBC측으로부터 ‘모든 프로의 무기한 출연정지’라는 제재를 입었고 다음에는 KBS의 ‘이소라의 프로포즈’라는 토크쇼에 출연취소를 당했다. 물론 이때 프로 진행자인 이소라가 크게 반발했긴 했지만 말이다. 그 다음에는 방송위원회 산하 연예오락 심의소위원로부터 1년간 지상파 TV 및 라디오 출연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런 손짓을 하고 침을 뱉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그들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이렇게 그들이 무엇인지 모르는 혼돈을 비판하고 부정한다. 그래서 그들이 행한 그러한 작태(?)는 여러 가지를 되짚어 보게 한다. TV에 욕을 해댄다. 단순히 TV만 비꼬는 것이 아니다. 삐삐롱 스타킹은 국회에서 나이 지긋한 노친네들이 멱살을 잡고 싸우는 것을 비롯한 사회전반의 웃기는, 그러나 마음껏 웃을 수만은 풍경을 말한다. 삐삐롱스타킹의 행동은 다른 이들이 해석하듯 저항의식을 나타내기 위해서 또는 음악에 취해 절로 나온 행동은 아닌 것 같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행동으로 사회적 화제가 되어 관심을 모아졌을 때 그들이 말하고 싶은 사회의 더러움을 말하려는 건지 모른다. 그들은 그들의 촌스럽고 야만적인(?) 모습으로 TV에 출연하는 모든 인간들이 실제로는 다 그들과 똑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삐삐롱스타킹과 어어부 밴드, 그리고 중국계 교포 록 가수 최건이 4월 말 전국을 돌며 합동공연을 펼치는 것이다. 이번 순회공연은 민통선에서의 ‘DMZ 물 콘서트’도 추진되고 있다. 임대버스론 관객을 태워 DMZ 지역에서 ‘통일을 향한 무대’를 꾸민다는 것이다. 아직은 군당국의 결정이 남아 있지만 관계자는 “한 · 중 뮤지션이 꾸미는 국내 최초의 민통선 콘서트인 만큼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개성있는 외모와 기괴한 행동, 파격적인 음악으로 그들은 시청자들의 곁에 다가와 이렇게 속삭인다. “어리석은 시청자들아, TV를 바로 보라” 그리고는 흐느낌을 대신하여 욕설과 거짓몸짓을 꾸역꾸역 해댄다.

문 화 부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