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타는 향기
 나라 사정은 꽝꽝 얼어 춥기만 한데, 캠퍼스는 새내기들로 북적이고 오후의 따스한 기운은 엷은 옷으로 멋을 내기 충분하니 그래도 봄이 오긴 왔나 보다. 지금 돌이켜 생각컨데 어릴적 나에게 있어 봄을 가장 먼저 느끼게 한 것은 풀 태우는 냄새가 아니었나 싶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때쯤, 논두렁에 있는 겨우내 말라죽은 풀들을 태우는데 이것은 어린애들의 치기 어린 불장님이 아닐 그해 농사준비로 풀을 태워 그 안의 해충을 없애자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냄새도 아니었을성 싶은데 왜 이리 생각나는지 모를 일이다. 콘크리트 바닥으로 매워진 이곳에서 맨땅을 찾기도 어려우매 풀 태우는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나의 지나친 기대일까?
 어디 멀리서라도 날아오지 않을까 봄바람을 한가슴 들여마셔 본다. ‘지독한 최루탄 냄새나 안 맡으면 다행일테지.’ 애꿎은 담배 하나를 입에 문다. 담배도 풀이니 이것이라도 태우자. 이것이라도 태워 내 가슴 답답함 없앨 수 있다면...
 나, 풀 태우는 냄새, 아니 ‘풀 타는 향기’ 좀 맡게 해주오. 아니했다간 담배만 피워대 이 봄이 가기전 나 먼저 가겠소.
 박 강 옥(건축공 · 2)

 내 봄의 꽃샘추위는?
 봄은 사계절 중 볼것이 많다하여 ‘봄’ 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봄은 목석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나 괜한 설레임과 약간의 울렁거림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 듯 싶다. 역시 나에게 주어진 올 봄에도 많은 것들이 내 앞에 펼쳐지고, 그런것들로 인해 두근거림을 느끼는 나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펜을 들게 된 용기를 준 것도 ‘봄’이기 때문이 아닐까?
 대학생활을 4년째 하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 주어진 내 인생의 계절은 과연 봄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학과공부에서 전공에 관한 깊이있는 전문적 지식이 되었든, 동아리 활동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유지나 앞으로의 Vision을 계획했든, 동기, 선배, 친구, 교수님과의 인간적인 만남이든, 정말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 아름다운 사랑이든, 이 봄에는 정말 무엇인가는 이루어 질 수 없다는 믿음이 생긴다. 결실의 계절을 가을이라 하지만 내 인생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이 봄에 투자할 만한 것에 확신의 씨를 뿌려야 할 시기인 듯 싶다. 그래서 후회없고 내 꿈의 씨앗을 잘 가꾸는 대학생활이 되길 바란다. 봄에는 으레 따사로운 햇살을 시샘하는 꽃샘 추위가 있게 마련이듯 나의 대학생활에도 나를 강타할 만한 꽃샘추위가 한 번 쯤은 다가왔으면 한다.
 윤 여 순(농생물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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