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비 2020년 50-60대 온라인 결제액 증가율 인포그래픽/ 임유연 기자

  지난 11월 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이하 OTT)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국내 최대 OTT로 자리 잡은 넷플릭스와 새로 출격한 두 OTT 간의 3파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국내 소비자를 맞이했고, 넷플릭스는 오히려 구독료 인상 전략으로 응수하며 기존 구독자를 대상으로 가두리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에 국내 OTT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며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OTT와 같이 사용자가 일정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받는 신개념 유통 방식이 바로 ‘구독 경제’다. 문제는 구독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유료 전환과 해지·환불 등 소비자 문제도 지속 증가한다는 점이다. OTT 시장이 크게 성장하며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할 수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누리게 됐지만, 한편으로 그들이 부담할 구독료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연 구독 경제는 현대인에게 마냥 이로운 것일까? 분야와 규모 측면에서 점차 발전하고 있는 구독 경제가 남긴 명암은 무엇일까?       

다크 넛지 사례, 자동 결제, 압박 판매 등이 있다. 인포그래픽/ 임유연 기자

  구독 경제의 현황

  ‘실버서퍼’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50~60대 중장년층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러한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장년층의 수가 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지난해 온라인 카드 결제 규모가 전년 대비 약 49% 증가했다. 특히 구독 경제가 성장하며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됐던 배달 어플과 OTT, 유료 멤버십 등 구독 서비스에 대한 50~60대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또한, 모두 소유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정기 구매하는 현대인의 취향이 반영돼 신문이나 잡지, 영화, 음악에서 도시락이나 커피, 신선식품 등으로 구독 경제 분야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며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는 일정 금액을 내고 특정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과 같은 영상 콘텐츠 서비스와 멜론, 지니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표적 예다. 특히, OTT 자체제작 작품들은 수백억 원 규모의 제작비 지원으로 압도적 스케일과 비교적 완화된 규제 속에 창작자가 의도한 바를 자유롭게 구현해 내며 대중의 열광을 받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라마 <D.P>, <오징어 게임> 등으로 OTT는 이제 방송 수준의 지위를 꿰찼고 이를 계속해서 구독하는 시청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편리미엄’이란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결합한 신조어로, 소비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편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되고 큰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기성 제품보다 질 좋은 상품을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며, 제품 구독 비즈니스도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제품 구독 비즈니스란 식품이나 의류 등에 대한 고객들의 의사결정 고민을 줄여주는 비즈니스 모델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정기 배송해 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품 구독 비즈니스는 기존 식품 위주의 서비스에서 속옷, 화장품, 미술 작품 등으로 단순 구매를 넘어 물품 대여, 관리 서비스까지 최근 그 영역이 확대됐다. 게다가 일회성 구매가 아닌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매달 구독자의 정보가 누적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정교한 개인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가 더해지고 있다.
  온라인 시장 내에서는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현대인들의 수요가 반영된 서비스 구독 비즈니스가 늘고 있다. 서비스 구독 비즈니스는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서비스 이용 권리를 얻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네이버, 쿠팡 등 대형 플랫폼이 자체 구독 경제 서비스 구축을 통한 ‘록인(lock in) 효과’에 힘쓰고 있다. 록인은 기존 이용 상품과 서비스를 바꾸지 않으려는 습성이다. 소비자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쿠팡 와우 멤버십 등 서비스 구독으로 주어지는 무료배송이나 회원 전용 상품에 대한 접근 권한 같은 부가적인 혜택에 특별함을 느낀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 만족도 상승 그리고 재구매로 이어지게 된다.   

여신전문금융법 시행령 개정안, 구독 경제 소비자 보호기준이 마련됐다. 인포/ 임유연 기자

  

구독 경제의 빛과 어둠

  구독 경제의 이점
  사업자 입장에서 구독 경제는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매출을 가져다 준다.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통해 신규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진입장벽을 낮춰 다수의 소비자의 사용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구독을 통해 유입된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토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진다. 지속적인 매출을 통해 기업은 자금의 유동성과 매출 변화에 관한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내부적인 경영 목표나 계획을 수립하기도 유리해진다.
  한편, 소비자들은 구독 경제의 주요 특징인 ‘한 번 구독하면 여러 절차 없이 반복되는 구매’로 불편함을 줄일 수 있고, 제품·서비스 선정 및 구매의 경우 전문가를 통해 쉽게 해결함으로써 피로를 절감하게 된다. 또한, 구독 경제를 통해 소비자는 디지털 콘텐츠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서비스를 일정 기간 동안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무언가를 오래 소유하기보다 효율성을 중시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과 맞아 떨어진다. 그 밖에도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에 반복적으로 지불하는 고정 비용으로 인해 장기적인 소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OTT를 이용 중인 이가영(음악학·1) 학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던 차에 OTT의 보편성과 편리성을 보고 이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폰, TV 등 여러 기기에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을 뿐더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 등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유용하다”며 구독 서비스의 장점을 설명했다. 
  구독 경제의 함정
  일반적으로 구독 경제는 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소비자들의 접근과 지속적 이용을 유인한다. 이러한 전략은 기업의 초기 매출액 감소 확률을 높이고, 이는 단기적 관점에서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업계 내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금전적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매일 영화 한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표방한 미국의 무비패스(MoviePass)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당초 45달러의 구독료를 약 9.9달러로 대폭 낮췄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구독 및 이용이 급증하며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결국 파산했다.
  구매 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독 경제의 초기 비용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이로 인해 소비자는 더 쉽게 구독 결정을 내린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서비스를 구독하거나 중도 해지 시 위약금을 부담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특히 개별 구독 서비스 지출 비용이 비교적 소액일 경우, 필요성이 낮음에도 구독을 해지하지 않고 유지해 불필요한 지출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 
  또한, 일정 기간 이용권을 구독하는 서비스의 경우 초기 비용 및 단기 구독 비용은 전체 패키지 구매 비용에 비해 저렴하나, 장기 유지 시 총 비용이 구매 금액을 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더불어 저렴한 비용 때문에 구독을 시작한 소비자들은 쉬운 의사결정만큼 서비스 불만족, 흥미 저하 등을 이유로 빠른 기간 내 구독 서비스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서비스 구독 비즈니스를 이용한 A 학우는 “초반엔 해당 플랫폼 내 상품을 구매할 일이 많아 구독을 시작했으나, 금방 서비스가 불필요해져 오히려 구독료가 아까웠다”는 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구혜경 교수는 “자동으로 정기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 이용을 중지하고 싶어도 구독 해지가 원활히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사전에 공지 없이 결제되는 구조에 잠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구독 서비스를 장기 이용할 시 한 기업이나 상품에 집중돼 독과점 구조가 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구독 경제에서의 소비자 문제 

  소비자 문제의 현주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구독 해지 시 위약금 발생, 사전 정보 부족, 상품 및 제공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 비합리적 소비 유도 등으로 인한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이처럼 합리적인 비용의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해 비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고 이익을 취하는 기업의 행태를 ‘다크 넛지(Dark Nudge)’라고 한다.
  다크 넛지에는 ▲무료 혜택으로 결제 유도 후 연장 통보 없이 자동 결제를 진행하는 것(자동 결제) ▲숙박 예약 시 최초 검색 요금과 최종 결제 요금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총액 미표시) ▲‘오늘 마감’ 등 문구로 소비자들의 심리를 압박해 구매를 촉진하는 것(압박 판매) ▲해지 화면을 찾기 어렵거나 방법에 제한을 둬 해지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어려운 해지 방법) 등이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콘텐츠 관련 소비자 상담 609건 가운데 계약해제와 해지, 위약금 관련 상담이 218건(35.8%)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피해 호소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OTT 무료 프로모션을 체험한 B 학우는 “첫 달 무료 체험이 끝나고 별다른 사전 고지 없이 유료로 자동 전환되면서 결제된 적이 있다”며 “심지어 해지 방법이 복잡해 환불을 제때 하지 못했다”는 피해 경험을 토로했다. 
  소비자 문제 개선
  지난 2020년 12월, 금융위원회는 유료전환·해지·환불 과정에서 ‘구독경제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으며, 올해 8월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여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결제대행업체, 즉 구독 경제 사업자가 대금 결제와 거래 취소, 환불 등에 대해 소비자 보호 방법 및 절차를 마련·공개하도록 했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는 여전법 시행령에서 감독규정을 통해 세부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의해 구독 경제 사업자는 유료 전환 7일 전까지 회원에게 결제 관련 사항을 문자와 메신저 등으로 고지해야 한다. 또한, 사업자는 구독 경제 서비스의 사용 일수 및 회차, 사용 여부 등을 고려해 공정한 환불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감독규정을 반영한 신용카드가맹점 표준약관에는 ▲유료 전환 7일 전 고지 ▲이용한 만큼만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 마련 ▲포인트로만 환불하는 행위 제한 ▲영업시간 외 환불·해지 신청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무제한 이용권 등 사용 일수 및 회차에 비례한 가격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 관련 법령·약관에 따른 자체적인 환불 기준을 허용하도록 했다. 또한, 사업자가 감독규정을 지키도록 하위 정기 결제 사업자와의 약관과 금융결제원의 자금 입출금 서비스(CMS) 약관에 소비자 보호 내용을 반영했다.

 슬기로운 구독 생활을 위해

  지난 3월 글로벌 동영상 솔루션 기업 브라이트코브가 16세 이상 모바일 이용자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OTT 이용자들은 월 구독료 약 6,700원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며, 2~3개 OTT를 동시 구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하나의 OTT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전부 볼 수 없기 때문인데,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OTT 통합 검색과 구독료 걱정 등 소비자의 틈새 니즈를 공략하는 OTT 통합 검색 플랫폼 ‘키노라이츠’와 구독 공유 안전 거래 플랫폼 ‘링키드’ 등 OTT 스타트업이 출현했다. 소비자는 ‘키노라이츠’의 OTT 통합검색 서비스로 자신이 보고자 하는 콘텐츠가 어느 플랫폼에서 제공되는지 찾은 뒤, ‘링키드’의 가족 공유 기능과 에스크 안전 결제를 통해 보다 경제적이고 안전한 구독 공유를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최근 구독 서비스의 수가 늘며 ‘왓섭’, ‘모두’, ‘꾸준’과 같은 구독 관리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어플을 활용해 자신의 구독 서비스 총 이용료를 살펴볼 수 있고, 어플 내 제시된 해지 방법을 통해 쉽게 구독을 해지할 수 있다. 점차 구독 경제가 보편화되며 여러 구독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개인이 자신의 구독 현황을 되돌아보고 구독 경제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구 교수는 “구독 경제가 마치 유행처럼 번졌지만, 이것이 안정적인 플랫폼이 되기까지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 문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또한, “구독 서비스가 적합한 상품·서비스 유형에 대한 타당성 연구와 소비자의 수요에 대한 사전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점점 더 편하고 개인 취향에 맞춘 소비를 원하기에 구독 경제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또한, 유수의 구독 경제 기반 기업들은 더욱 정교화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치열히 경쟁하게 될 것이다. 반면, 그만큼 소외되는 소규모 사업체와 소비자가 발생할 수 있다. 구독 경제에서는 신뢰 자본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사회의 각 부분이 서로의 신뢰 자본이 돼 상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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