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벌써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2021이라는 연도가 익숙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은 잘도 흘러가고 나는 여느 때와 다르게,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있다. 올 한 해를 이르게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2021년에 대한 단상들을 쓰고자 한다.

  1. 올해 초의 다짐은 ‘무조건 행복하기’였다. 그런 막막한 계획을 세우고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이제야 다시 그 다짐을 떠올리지만, 나름 그 다짐을 실천하려 노력했기에 마냥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2. 올해는 유난히 잃어버린 게 많은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처럼 살았으면서 막상 사랑 없이도 살아가고 있다.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 마음이 허할 때가 종종 있지만, 그런데도 계속 삶을 살아내고 있다.
  3. 사람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아직 나이도 어리면서 줄줄이 떠나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인연을 오래 유지하기가 참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우습지만, 동시에 기대가 적어야 실망도 적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4.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내가 별로인 모습에 마음이 울적해질 때면, ‘아, 내가 나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했나 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 긍정적인 자세라 마음에 든다.
  5. 아직도 병원에 다니냐는 말을 들었다. 약은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했고, 약을 먹은 지 꽤 오래돼 이제는 약을 안 먹는 것이 조금 무섭다. 조금이라도 늦게 먹으면 따라오는 부작용도 무섭다.
  6. 바쁘게 사는 것이 좋다. 학원 일, 집안일, 학생으로서의 일, 학생회 임원으로서의 일, 교수님 심부름 등등. 하는 일이 유난히 많았고, 아직도 바쁘게 살고 있다. 일이 한꺼번에 몰아치면 지칠 때가 많지만, 할 일 없이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7. 글은 갈수록 못 쓰는 것 같다. 풍부한 어휘를 사용하는 멋들어진 사람은 평생 못 될 것 같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드는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긴다.
  8.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 아쉽다. 하루를 질질 끌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그런데도 시간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그 많은 시간을 붙잡고 할 일도 없으면서 말이다.
  9. 언젠가 언니가 크리스마스가 없었다면 연말이 우울하기만 했을 거라고 했었다. 사람은 어떻게든 버텨나갈 힘을 만들어내는구나, 싶다.
  10. 내년에도 역시 무조건 행복하길 바랄 거다. 소원은 때때로 이뤄지지 않지만, 그런 소망마저 없이는 삶이라는 게 반짝거릴 리 없다.

안미진 (국어국문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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