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한 친구 S양에게.
  친구란 뭘까? 언젠가 한 강의에서 누군가 친구와 동갑은 다르다는 말해준 적이 있어. 조금만 가만히 생각해 봐도 동갑과 친구는 다른데, 괜스레 그분의 인생관을 들으며 ‘맞는 말인 건 알겠는데, 굳이 저렇게 열심히 이야기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지.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친구’가 만들어지게 되지. 그리고 대학교에 오게 되면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친구들이 생기게 되는 것 같더라. 예전에는 대학교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참 많이 들었는데, 대학교에 다니다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 그런 말은 누가 지어내는지 참.
  친구가 너무 없어진 것 같아서 힘들다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참 많은 생각을 했어. 너에게 그런 주제에 대해 대답을 해주기 전에 ‘나는 과연 어떤 친구일까?’, ‘내겐 어떤 친구들이 있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확 밀려들어 오더라.
  너는 나한테 새로 사귄 친구가 너를 떠나갈까 봐 두렵다고 이야기했어. 너는 몇 차례 비슷한 경험으로 인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도 나는 그러기에 다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해.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그렇게 친구가 되고, 때론 싸우고, 때론 함께 웃으며, 어느 시기엔 멀어질 수도 있고 그런 게 친구이지 않을까? 매일같이 봐야 하고 무언가를 꼭 함께해야만 친구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쉽게 생각해서 대학교 동기들을 한번 떠올려 보자. 매번 만나는 사이였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누군가는 취업하고, 대학원에 가고. 또 누군가는 취업을 준비하고,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마음은 가까이 있어도 보기 힘든 사람들이 돼 버리지. 그렇다고 그럴 때마다 ‘나는 정말 친구가 없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침대에 틀어박혀 있기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보기 힘든 사람들과의 내일을 도모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사람마다 친구를 만드는 방법이 너무나 천차만별이지만, 나는 자주 보게 될 사람들에게는 보통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편이야. 내가 친구를 사귈 때는 나를 먼저 그 사람에게 보여주고 그 사람이 나를 평가하게 만드는 편이지. 그건 내가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여서, 누군가가 나한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고 그 사람을 보려고 하지. 그렇게 누군가는 내 곁에 남아서 친구가 되고, 아닌 사람은 알아서 점점 데면데면해지게 되더라고. 그래도 참 다행인 건 나는 인복이 좋아서 그런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도 남아주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거야.
  한동안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이 어려운 시기에, 이전에 봐 오던 친구들과 잠깐 멀어졌다고 해서 네가 별로인 사람이 돼 버리는 건 아니기에, 더 어두운 생각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뭐, 허구한 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다니는 나도 맨날 보는 친구들만 보지, 멀리 있는 친구들은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니까. 그렇다고 그 사람과 내가 친구가 아니라고 할 순 없잖아?
  덕분에 글을 쓰면서 못 본 얼굴들이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 너도 그런 사람들에게 카톡이나 전화라도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 친구라면, 너의 연락을 내색하지 않아도 반가워할 테니 말이지. 오늘은 이만 줄일게. 안녕.
 

이승철 (천문우주과학·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