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우주 예산 비교, 우리나라의 예산이 현저히 낮다. 인포/ 성수민 기자

 우리가 살면서 접해 본 우주에 대한 소식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이소연? 나로호 발사? 유인우주선이 최초로 지구 밖의 땅을 밟은 것이 1969년이고 4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나로호가 발사된 것이 2013년이다. 사실 냉전체제가 끝난 후로 우리가 주목할 만한 우주개발은 침체해 있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인해 30년 동안 주춤했던 우주산업이 최근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앞으로 우주개발은 우리 삶에 어떻게 다가오게 될까?

우리나라 우주개발 계획, 향후 20년간 자력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 인포/ 성수민 기자

  20세기 우주개발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서유럽과 소련 사이에 오묘한 기류가 흘렀다. 소리 없는 전쟁 속에서 특히 미국과 소련의 대립 구도가 두드러졌다. 두 나라는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며 서로를 견제했고 그 과정에서 우주는 자국의 기술을 선전하기 위한 각축장이 됐다. 1961년, 소련이 최초로 사람을 우주로 내보냈다. 그러나 1969년, 아폴로 호를 탄 사람이 최초로 달에 착륙하면서 미국이 우주개발을 선점했다. 차츰 종식되던 냉전체제는 이를 기점으로 전환을 맞이했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소리 없는 전쟁은 막을 내렸다. 그 이후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대중이 주목하는 유인 탐사에 소극적이었지만 우주개발의 왕좌에 있는 미국을 넘볼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21세기 우주개발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은 우주개발 경쟁에서 일인자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이 우주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던 건 소련과 경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도 미국은 언제 하늘에서 상대가 쳐들어와 자국을 침략할지 알 수 없어 두려웠기에  우주 경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된 상황에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우주개발을 지속하길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로 인해 NASA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지금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우주에 투자하고 있지만, 유인 탐사선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한 연구는 최근까지 뜸했다.
  미국의 우주개발
  NASA는 1958년 설립돼 우주로 사람을 보내는 것, 우주에서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을 60년 가까이 연구하며 천문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으로 자리를 굳혔다. 유인 탐사선 만큼 대중의 관심을 자아내는 연구는 적었지만, 지구 주위 궤도를 도는 유인우주선이나 우주왕복선, 자국에서 대기 질 조사를 공동 진행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눈여겨 볼 것은, 미국이 다시 우주탐사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NASA는 2019년 예산안 연설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이 달에 복귀할 수 있을 예산을 확보했다고 이야기했다. 2020년에는 달 궤도에 건설할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의 예산이 전액 편성됐음을 밝혔다. 또한 같은 해,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하며 우주 개발에 재시동을 공표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 착륙 50주년을 맞이해 NASA가 추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로, 10여 개국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 등 민간까지 참여하는 합동 프로젝트이다.
  중국의 우주개발
  많은 국가가 우주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나라가 있다면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우주개발에 뛰어듦과 동시에 지난 6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선저우 12호를 발사해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인 톈허와의 도킹에 성공했다. 중국은 내년 말까지 우주정거장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를 통해 미국을 바짝 추격하게 됐다. 더불어 중국은 2045년까지 우주개발에서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기도 했다.

  우주 기반 사업


  민간 우주개발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이 앞뒤를 다투며 민간 차원의 우주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고속 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한 위성 인터넷망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링크는 2020년부터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2,000개의 위성을 배치할 예정이다.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인 스페이스X는 재활용 로켓 개발부터 시작해 인류의 우주 이민을 목표로 삼는다. 지난 5월,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 로켓이 다섯 번의 도전 끝에 고고도 비행 후 착륙에 성공하며 민간 차원의 우주개발도 높은 수준을 갖추게 됐다.
  화성 이주
  우주개발을 논할 때 화성 이주를 빼놓을 수 없다. 생명 가능 지대에서는 약간 벗어나지만, 지구와 가장 가깝고 환경도 그나마 비슷한 행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성은 생명체가 탄생하기엔 불완전한 환경으로, 이주를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준비 과정을 ‘테라포밍’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른 천체를 인간이 살 만한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화성을 테라포밍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다양하지만, 우선 0.007기압 수준인 대기압을 높이고 대기를 구성하는 기체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 영하를 유지하는 평균 기온도 인간이 살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인간이 살기 위한 조건 중 가장 중요한 물도 마련해야 한다. NASA는 공동연구에서 테라포밍을 위해 약 480년, 3조 9천억 달러가 소요되리라 추정했다. 금액만 놓고 보면 새로운 행성을 개간하는 것에 비해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소요 기간이 상당히 길다. 그 때문에 화성 이주는 공간적인 제약이 많고 극히 소수의 사람만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여행
  우주에서 살지는 못할지라도 우주여행이라는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블루오리진의 유인우주선이 성공적으로 우주에 다녀오고 버진 갤럭틱이 내놓은 25만 달러의 우주행 티켓은 600장 이상 팔렸다. 하지만 인간이 밟은 가장 먼 땅은 고작 38만 km 떨어진 달이었고 인류가 가장 멀리 보낸 탐사선인 보이저 호도 30년 만에 겨우 태양계를 벗어났다. 우리가 상상하던 웜홀을 통과해 몇 광년 떨어진 행성을 방문하는 우주여행은 당분간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 진행되는 우주여행은 지구를 벗어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는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카르만 라인이라고 하는데, 지표에서 100km 떨어진 상공을 뜻한다. 블루오리진 발사에 성공한 유인우주선이 약 107km 상공에 도달해 우주여행의 서막을 열었지만, 지구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때문에, 몇 년간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한 달 재방문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최장 거리 우주여행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우리나라는 2013년, 나로호 발사 이후 크게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독자적인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궤도에 안착하진 못했으나 목표 고도까지 도달해 성공적인 비행을 마쳤다. 그와 함께 국가우주위원회가 발표한 2029년까지의 소행성 탐사, 2030년의 자체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이라는 목표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도 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주에 대한 우리나라의 투자 규모는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우주 강대국이라 불리는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요국 우주산업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우주개발 예산이 7억 2,000만 달러로 476억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 예산에 한참 못 미치고 33억 달러를 투자하는 일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차츰 우주개발에 발 들이고 있지만, 선두를 달리는 여러 나라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우주개발은 연구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대중의 관심이 크게 작용한다. 냉전시대에 미국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할 수 있던 것도 대중이 우주로의 진출을 바랐기 때문이다. 최근 우주 사업이 민간까지 확대됐지만 여전히 국가적인 투자가 중요하며, 세금이 투입되는 이상 대중의 인식이 가장 필요하다.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것에 비해 당장 드러나는 결과가 적으니 낭비라고 여겨질지 몰라도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을지 모른다. 냉전 이후 세계가 세 갈래로 나뉘었듯이 우리 세계가 지구 밖까지 확장돼 가는 지금, 우리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우주개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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