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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봐야 해” vs “골칫덩이”, 길고양이 갈등 풀 공존 해법은?
김도균 기자 | 승인 2021.10.21 13:38|(1171호)
길고양이, 길고양이가 우리 학교 기숙사 근처를 떠돌아 다니고 있다. 사진/ 김도균 기자

  지난 2015년,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이 길고양이를 돌보다 아파트 상층부에서 날아온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피해자의 길고양이 돌봄 활동이 범죄를 부추겼다’는 추측성 보도가 쏟아져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조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한 초등학생이 중력 실험을 위해 장난 삼아 던진 벽돌이 살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길고양이 돌봄 활동과는 전혀 무관한 사건이었음에도 사건의 책임이 무작정 피해자에게만 전가된 것이다. 해당 사건은 길고양이와 ‘캣맘·캣대디’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전시 길고양이 홍보 팜플렛 재구성본이다. 인포그래픽/ 김도균 기자

  깊어지는 갈등의 골
 

  캣맘·캣대디는 각각 고양이(cat)와 엄마(mom)·아빠(daddy)의 합성어로, 길고양이에게 연민을 느껴 사료나 거처를 마련해 주는 사람을 뜻한다. 최근 반려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캣맘·캣대디를 자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전국 길고양이 개체 수는 최소 10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길고양이는 우리가 어디서든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일상적인 존재다. 하지만 늘어난 길고양이들이 공동주택단지로 유입되면서 이를 돌보는 캣맘·캣대디들과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주민이 캣맘이 마련해 둔 사료에 살충제를 바른 생선뼈를 섞어 길고양이들을 떼죽음에 이르게 했다. 3개월 뒤 서울 중랑구에선 한 남성이 길고양이 급식소에 난입해 새끼고양이가 들어 있는 상자를 집어 던지고 캣맘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하지만 갈등 피해가 길고양이, 캣맘·캣대디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한 누리꾼이 “집 앞에 캣맘이 붙인 경고문을 무시하고 사료 그릇을 치웠다가 주변 캣맘들에게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캣맘이 전화를 걸어 소리 지르고 욕설을 내뱉는 통화 녹음을 함께 공개하며 “우리 동네 사람도 아닌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 사료를 준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은 사소한 다툼을 넘어 폭언·폭행, 동물 혐오·학대로까지 번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캣맘·캣대디 인식조사, 캣맘·캣대디 인식 개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인포/ 김도균 기자

  상반된 입장 차이

  캣맘·캣대디
  캣맘·캣대디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매 순간 생존을 위협받는 길고양이에게 동물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권이란, 비인간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과 보호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개념이다. 
  대전길고양이보호협회(이하 길보협) 회원 A 씨는 “처음엔 귀여운 마음에 길고양이를 돌봤지만 점차 길고양이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길보협 회장 B 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주변은 길고양이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며 “캣맘·캣대디들의 활동은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캣맘·캣대디들이 길고양이를 단순히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공존 대상으로 여기고 보호활동에 나서고 있다.


  주민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 길고양이는 그저 생활권을 침해하는 골칫덩이일 뿐이다. 캣맘·캣대디들이 비치한 사료 주변으로 몰려든 길고양이들은 영역싸움 과정에서 소음을 일으킨다. 특히 발정기 때 내는 ‘메이팅 콜(구애의 울음소리)’은 주민들로 하여금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또한 길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겐 매일같이 모여드는 길고양이를 마주하는 것도 고난스럽다. 우리 학교 C 학우는 “이웃이 항상 단지 앞에 길고양이 간이집과 사료를 놓아둔다”며 “동물을 무서워해 입구에 들어설 때마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길고양이들이 단지 곳곳에 배변을 하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쓰레기를 헤집는 것도 문제다. 그뿐만 아니라 길고양이가 차량에 남긴 스크래치로 인해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등 기물 파손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캣맘·캣대디들과 주민들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전시 농생명정책과 송승호 주무관은 길고양이 관련 분쟁에 대해 “관공서 입장에서는 어느 일방의 편을 들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갈등 발생 시 서로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정도로 조치하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길고양이 학대건에 대해선 고발을 진행하는 등 엄중히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의 시행착오


  각 지자체는 길고양이 관련 민원과 분쟁 해결을 위해 개체 수 조절을 추진해 왔다. 서울시 종로구는 동물애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6년부터 주 2회 ‘고양이 잡기 운동’을 실시하면서 대대적인 살처분에 나섰다. 하지만 2009년부터 천적이 없어진 쥐떼가 들끓자 관련 피해 사례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이종찬 씨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양이는 영역동물로서 한 개체를 죽여 없애도 또 다른 고양이가 해당 지역에 유입돼 개체 수를 유지한다. 이러한 현상을 ‘진공효과’라고 하는데, 해당 논문에선 이를 근거로 살처분이 개체 수 조절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동물권을 둘러싼 사회적 분쟁을 조장할 우려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현행 길고양이 정책 


  살처분 정책 실패 이후 길고양이의 왕성한 번식력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자 인도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는 길고양이가 일생 평균 22~3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을 기반으로 제시된 사업이 ‘TNR’이다. TNR은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Trap)한 뒤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켜 포획한 장소에 다시 방사(Return)함으로써 개체 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감소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TNR은 개체 수 조절뿐만 아니라 길고양이가 유발하는 소음공해를 완화하는 것에도 목적을 둔다. TNR을 거친 길고양이는 생식기능을 잃어 1년에 4~5회씩 찾아오는 발정기와 메이팅 콜이 없어진다. 또한 길고양이의 공격적 성향이 완화돼 영역싸움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감소한다. 
  현재 TNR은 그 효과가 입증돼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2019년 서울시가 발표한 ‘길고양이 서식현황 모니터링’에 따르면 2008년부터 서울시 내 민원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TNR을 실시해온 결과, 2013년 25만 마리로 추정됐던 길고양이가 2019년 11만 6,000마리까지 감소했다.  
  대전시 또한 TNR의 효과를 인정하며 사업 규모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전시청 농생명정책과에 따르면 대전시는 2014년부터 TNR을 시행해 지난해까지 총 5,825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했다. 올해는 국비 지원 외에도 시·구청이 별도로 예산을 배정해 총 1,885마리 중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 춘천시, 전주시 등은 TNR  외에도 길고양이를 위한 별도의 급식소를 조성해 시민단체, 캣맘·캣대디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급식소는 사료와 거처를 제공해 길고양이를 보호함과 동시에 TNR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야생성이 짙은 길고양이들이 급식소에 머물며 사람에게 길들여지고, 그 덕분에 TNR의 첫 단추인 ‘안전한 포획’도 수월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시민단체의 협조를 받아 길고양이와 캣맘·캣대디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사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TNR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기대효과, 실적 등을 담은 홍보 영상을 배포하고 입양 홍보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 또한 TNR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홍보 팜플렛을 제작하고 캣맘·캣대디들과 협력해 지역사회 곳곳에 배부하고 있다. 

 

  협치와 공존은 어떻게 가능한가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 주도로 많은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길고양이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엮여 있는 복잡한 사안이며, 그만큼 우리 사회 공동의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길고양이에 얽힌 각 사회 주체들에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자체 역할 확대
  2018년 허핑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 마을은 70여 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캣맘을 고용했다. 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캣맘은 임금을 수령하고 별도의 예산을 배정받아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일본 교토에선 캣맘·캣대디들이 사료를 공급하려는 장소의 자치회 등 지역 단체나 주민들에게 허가를 구하도록 하는 ‘캣맘·캣대디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사료 양, 제공 방법, 잔반 처리, 환경 청소 등 세부적인 지침을 세워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자체는 대부분 관리체계를 확립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급식소 조성과 TNR은 실행 과정만큼이나 사후 관리가 중요하지만, 이는 대개 한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떠맡고 있다. 또한 급식소 조성, 캣맘·캣대디와 길고양이 인식 개선 홍보 사업 등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최일택 정책팀장은 “주민들과 캣맘·캣대디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지자체의 대처도 소극적”이라며 “이 때문에 길고양이 관련 분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상호 대화와 협력이 이뤄질 수 있게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지금보다 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캣맘·캣대디의 변화
  충대신문이 8월 실시한 ‘캣맘·캣대디 인식 설문조사’ 결과, 총 응답 인원 128명 중 55.5%가 캣맘·캣대디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중 57.1%가 주변 환경 정리에 더욱 신경 쓴다면 캣맘·캣대디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 답했다. 즉, 캣맘·캣대디들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는 이들 스스로의 노력이 선행된다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인도 델리고등법원은 들개를 둘러싼 시민들의 갈등에 관한 판결문을 공개했다. 해당 판결문에는 “들개는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고, 시민들은 사료를 줄 권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권리는 다른 이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행사해야만 한다”고 명시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길고양이 돌봄 문화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대전의 길고양이 보호활동가 정영숙(57) 씨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거나 급식소를 조성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캣맘·캣대디들이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끔 노력해야만 모두가 행복한 공존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
  미국 사회에서 캣맘·캣대디는 ‘케어테이커(caretaker)’, ‘케어기버(caregiver)’로 불린다. 일본 사회에서 캣맘·캣대디 단체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심 생태환경을 가꾼다는 의미에서 환경단체로 등록된다. 두 사회의 공통점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지역사회와 생태환경을 위한 자원봉사와 같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수많은 캣맘·캣대디들이 길고양이를 돌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무분별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정영숙 씨는 “내 집 대문 앞에 급식소를 조성하고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지만 행인들이 싫은 소리를 할 때가 많다”며 “캣맘·캣대디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정책팀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도 체계적으로 자체 급식소를 운영하거나 사비를 들여 TNR을 직접 실행하는 ‘베테랑’ 캣맘·캣대디들이 늘고 있다”며 “주민들도 캣맘·캣대디들이 길고양이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길고양이와의 공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길고양이 보호활동가들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길고양이 자체가 아니라 ‘관리되지 않는’ 길고양이”라고 입모아 말한다. ‘고양이 잡기 운동’을 했던 종로구 사례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 길고양이도 잘 관리된다면 생태환경의 일부로서 가치를 지니고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협치와 공존의 미래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은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이지만, 이는 공존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필연적 과정이다. 동물권단체 케어 김보영 회계팀장은 “길고양이에 얽힌 각 사회 주체들이 서로 간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치한다면 갈등을 최소화하고 길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길고양이는 여전히 배척되고 있다”며 “이런 모순을 타파해 나가야만 ‘생명존중 사회’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혐오와 반목이 만연한 요즘, 우리들이 대화와 협치 아래 길고양이의 생명권까지도 지켜주려는 성숙한 포용력을 발휘한다면 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더 윤택해질 수 있지 않을까.
 

 

김도균 기자  ehrbs436@o.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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