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페팽 저, 『실패의 미덕』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최근에 겪은 심적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밀려오는 속상함은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던 것이지요. ‘게임의 퀘스트를 깨듯 계획한 모든 것이 착착 성취된다면, 아니 실패하더라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괜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씁쓸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여느 때와 같이 소중한 지인에게 연락을 해 서글픈 마음을 풀어헤쳐도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갑함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더군요. 그때, 불현듯 ‘아, 이러다가는 정말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저의 판단은 이랬습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부족을 무한정 탓하는 연약함보다는 객관적으로 마주한 상황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라고요. ‘애써 괜찮은 척 하지 말고, 진짜로 괜찮아져 보자’ 그 단순한 생각은 당장에 실천할 수 있는 일인 독서로 행동을 이끌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실패의 미덕』입니다.
  『실패의 미덕』의 목차를 보면 상투적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야’라는 흔한 메시지에만 집중한다면요.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저와 같이 실패로부터 지혜와 교훈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절실한 노력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이 철학을 통해 실패의 지혜에 대한 윤곽을 그리고, 예술가의 글이나 정신분석학자의 경험, 경전 또는 회고록 등을 통해 실패의 미덕이 되는 구체적 사례를 들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경험이 ‘자신만의 경험’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큰 위로를 받게 됩니다. 저 또한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저자의 말을 빌어 많은 이들의 삶 속에서의 실패와 그 승화의 실제 경험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경유해 제 자신에 대해 알게 된 점은, 이제까지 ‘실패’를 나 자신의 무능력의 증거로 여겨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때로 기대한 일의 원만한 성공이 아닌 실패를 겪을 때면, 습관처럼 내가 이 세상에서 불필요한 존재인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저자는 실패로 인해 위축된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해 줍니다. 내용인 즉, 일찍 실패를 겪는 쪽이 경력에 오점이 없는 이들보다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문제점을 고치는 것이 실패를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조언은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실패의 상황에 집중해 우울했던 제가 이 부분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직시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에 마음을 두게 됐기 때문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하면서 실패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런 저에게 이 책은 “완성된 문장에 이르는 유일한 방식은 실패에서 시작” 된다는 점과,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고”, “완성에 이르기까지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그리고 더 잘 실패해야”(33) 한다는 묵직한 지혜를 일러줬습니다.
  이 구절을 보면서 ‘완성’에 이르는 여정에서 실패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온 맘 다해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해 스스로 반문하며 반성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용기도 큰 용기이지만, 자신의 오류를 바로 보는 것 또한 큰 용기임을 진실로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지금의 현실에서 ‘도전의 용기 혹은 실패로부터의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습니다. 위로를 주는 것 이외에도 무엇보다 나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게끔 도와준다는 점 때문입니다. 『실패의 미덕』은 실패에 어리숙한 초보자들의 마음 다잡는 일에 있어 참으로 유용한 길잡이가 돼 줄 것입니다.
 

차진명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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