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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 쓴 일기
충대신문 | 승인 2021.10.21 11:32|(1171호)

  요즘은 예전처럼 시를 자주 쓰지 않는다. 예전에는 자려고 누웠다가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를 쓴 적이 왕왕 있었는데 그런 기분이 오지 않은 지 꽤 된 것 같다. 최근에 작년에 썼던 시들을 읽어봤다. 괴로운 시간을 보낼 때만 나올 수 있는 글들이어서 만감이 교차했다. 그때는 내 기분을 제대로 털어놓을 수 있는 방법이 시밖에 없어 치열하게 글을 썼던 것 같다. 오랜 고민 없이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줄줄 써 내려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고, 그래서 자주 썼던 작년이었다.
  웃기게도 그때의 글들이 퍽 마음에 들어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언제나 무언가는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라 그런지 가끔 글이 안 써질 때면 머릿속에서 글이 막 쏟아져 나오던 그때가 생각나기도 한다. 사람이라는 것이 참 모순적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어느 글에서 우울증과 창작을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라 한 것을 기억한다. 그런 기분이 들어야 창작이 되고, 그 창작물을 위해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는 예도 있다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이지만, 그 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들을 다 포기할 만큼 좋아하진 않는다. 그게 내가 지금 나아지려 노력하는 이유이고. 심지어 나는 창작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도 아니니 우울은 내게 그다지 이로운 감정은 아닌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나의 모습은 학원 선생님일 때도 있고, 학생일 때도 있고, 취미 생활을 하는 모습일 때도 있다. 더 세분화해서 보면 다양한 내가 있고 그 안에 내가 좋아하는 모습과 싫어하는 모습이 섞여 있다. 글을 쓰는 나의 모습도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지만, 그 빈자리를 다른 ‘나’들로 채워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하는 내가 될 수도 있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내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노력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다.
  어떤 것이든 노력이 필요하고 그 힘을 내기까지 어렵다는 것을 안다. 나 역시 어떤 도움들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 속 편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찔리긴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겪어왔기에 나는 지금 글을 쓰면서 당신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외롭고 괴로워서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겨우 남은 체력으로 시만 끄적이던 내가 지금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난한 시간을 겪어왔다는 의미다. 내가 제일 우울했고 괴로웠다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당신도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쓰는 글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겨우 글만 읽어나가는 사람이라면, 쓰러져 있는 자리에서 언젠가 일어나기를, 그래서 지금의 나처럼 그때를 멀리서 회상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제나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안미진 (국어국문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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