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가 추억이 되는 시간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은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어느새 시월의 중순입니다. 이번 연재에서 다룰 시는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입니다. 기형도 시인은 『입 속의 검은 잎』이라는 한 권의 시집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시인입니다. 저는 가을이 돌아올 때마다 기형도 시인의 시가 생각나곤 하는데요. 아마도 기형도 시인의 시가 담고 있는 채도 낮은 쓸쓸함 때문이 아닐까요?
  질투가 어떻게 힘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누군가를 질투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시인은 청춘 시절의 자신의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첫 문장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를 이야기 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시인은 고민하고 질투하던 그 시절의 덧없음을 예언합니다. 시인은 예언하는 사람이지요. 그렇게 이 시는 시작합니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이 구절을 통해서는 불안하고 가진 것 없던 청춘 시절 자기 부정과 그것을 극복하려 애썼던 시간들을 말합니다.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부터 ‘질투뿐이었구나’까지는 그동안 자신이 믿었던 희망이 질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젊은 시절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렇지만 자신의 모습에 불안함을 느끼고 그 불안함을 포장합니다.
  마지막 두 줄을 봅시다. 시인은 사랑을 찾아 헤맸다고 말합니다. 그 사랑은 무엇일까요. 내가 세상과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마음, 그러면서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말합니다. 시인은 사랑을 찾아서 헤맸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면 이 세상도 사랑하게 될 것이며 질투도 사라질 것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젊은 날의 불안함은 자신을 사랑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저는 이 시의 부제를 ‘청춘의 사용법’이라 짓고 싶습니다. 어두운 분위기지만, 청춘 시절 당면한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이죠. 젊은 날의 시간을 살고 있는 학우 분들도 이러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더 잘 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 적도 있을 것이고요. 이 시는 어쩌면 그러한 마음을 지닌 청춘들에게 적합한 시일 겁니다.
  시월의 날들을 살고 있는 여러분에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며, 이번 달의 연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박시현(국어국문학·3)
@garnetstar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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