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오지윤 기자, 언론정보학과

  지난 2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방영된 <오징어 게임>이 콘텐츠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최초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징어 게임은 갚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빚을 지고 있거나 돈이 없어 끝내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이야기이다. 참가자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등 한국 문화를 담아낸 놀이를 바탕으로 총 6개의 게임에 참가하며, 탈락할 경우 운영진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당한다. 전형적인 생존게임 이야기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오징어 게임의 독특한 재미와 매력은 상반된 요소들을 절묘하게 매칭시킨 ‘대비’에서 나온다. 대다수의 생존게임은 어두운 분위기에 고난도 게임을 진행한다. 반면, 오징어 게임 속 환상적이고 유아적인 게임장의 모습과 참가자들의 촌스러운 초록색 운동복은 오징어 게임의 잔혹한 내용과 명확한 대비를 보인다. 탈락자들을 가차 없이 사살하는 운영진들 역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화려한 분홍색 작업복을 착용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미션으로 나오는 게임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 누구나 재밌게 해봤던 기억이 한 번쯤 있을 법한 놀이다. 하지만 이 놀이는 거액의 상금 앞에서 극단적이고 잔인한 생존게임으로 전락했다. 오징어 게임은 이런 장면들을 통해 물질 즉, 금전 앞에서 우리의 인간성이 훼손되고 있는 점을 극적으로 반영했다. 
  오징어 게임은 몰입도를 극대화 시킨 연출과 현재 우리가 처한 자본주의 현실이 맞물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작품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빗댄 거대한 알레고리’라고 소개했다. 알레고리란, 추상적 관념을 드러내려고 구체적인 사물에 비유해 표현하는 방법이다. 현대 사회에서 경쟁에 내몰려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작품에서 표현한 참가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듯 황동혁 감독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오징어 게임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 속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했다. 
   극 중 “우리가 빚을 졌지, 죽을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라는 대사는 오늘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현실과 명백히 맞아 떨어진다. 오징어 게임은 물질만능주의, 불평등한 사회구조, 생명 경시, 경제 권력 등 현재 사회를 겨냥하는 메세지를 보여준다. 자본주의의 참상은 인간의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다.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기는 사회 시스템은 결국 인간성을 파괴시킨다. 이는 작품 속에서 최후의 1인 이외에 전부 탈락하는 것처럼 대다수가 파멸하는 비극을 낳을 뿐이다. 인간의 존엄성보다 물질이 우선시되는 순간 여러 윤리적 문제들이 뒤따른다. 
  작품에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참가자들 또한 대개 도박, 선물 투자, 사채 등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금전을 취득하려고 하다 오히려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이다. 실제로 극심한 경제적 고충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오징어 게임이 상대방의 목숨을 앗아가는 시스템을 알고 있음에도 참가하고 싶다”는 반응이다. 이를 보고, 문득 어쩌면 우리는 오징어 게임보다 더 잔혹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당신이 만약, 수십억의 빚을 떠안고 있다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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