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소통을 방해하고 이해는 혐오를 멈춘다

송윤재 기자, 언론정보학과

  2021년 7월, 도쿄올림픽이 열렸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올림픽에 참가해 다양한 종목에서 활약했다. 특히 양궁에서 안산 선수가 메달 3관왕의 쾌거를 누렸다. 그러나 아무도 문제가 될 거라 예상 못 했던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가 논란이 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많은 페미니스트가 머리가 짧다는 것을 근거로 ‘안산 선수 페미니스트 아니냐?’라는 글을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이어 그들은 안산 선수가 과거 자신의 SNS에 젠더갈등을 유발할 여지가 있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안산 선수를 향한 모욕적인 글을 작성했다. 물론 페미니즘을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선수 개인 SNS에 찾아와 해명을 요구하고 각종 사이트에서 선수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불필요한 혐오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는 젠더 갈등에서 비롯되는 혐오가 존재한다. 198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인종, 민족, 언어, 종교, 성별에 편견이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상인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은 유교의 영향을 받아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바탕에 깔려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변화에 소극적이며 가부장 구조의 재생산을 초래한다. 게다가 2016년에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과 2017년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 등으로 여성이 겪는 부조리함과 위험이 알려졌고, 이런 구조 속에서 억압받는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국내에서는 젠더 논의가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젠더 논의는 주로 고전적인 성역할 담론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조명하는데, 여성이 주로 겪는 경력 단절과 유리 천장 문제가 대표적이다. 경력 단절은 여성이 직업 활동을 하는 중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경력이 끊기는 것을 말한다. 육아 휴직 제도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낮은 소득 대체율과 책임감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휴직 제도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 유리 천장도 비슷한 맥락의 단어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고전적인 성역할 등을 이유로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이런 차별 요소를 인지해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하며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젠더 논의의 시작이다.
  젠더 논의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이 특정 세대나 성별, 직업 등을 무조건 혐오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겨난 혐오 감정들은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켰다. 남성에게 입대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건강한 성인 남성은 약 2년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학업이나 생계를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군인들에겐 자국과 가족을 지키러 간다는 긍지가 있었고, 사회도 국가를 지켜주는 군인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젠더 갈등의 영향으로 일부 사람들이 군인을 ‘군무새’, ‘군바리’ 등으로 묘사하며 혐오적인 발언을 일삼기 시작했다. 그러나 군대, 출산과 같은 일부 소재로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젠더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에 불과하다.
  젠더 논의의 주된 목적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행복이다. 논의를 명목으로 서로에 대해 비판을 가장한 비난은 혐오일 뿐이다. 젠더 갈등의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와 소통이다. 혐오 표현이 오가는 중에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단순한 대립이 아닌 바람직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과 혐오의 굴레를 끊는 지름길이다. 현재 우리는 필요 이상의 혐오를 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한다면 필요 이상의 혐오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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