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변하는 세상과 3월의 대학

  긴 겨울이 지났다. 절기상으로 입춘과 우수는 벌써 지났고, 어김없이 3월이 왔다. 대학은 새로운 가족을 맞아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바람은 온화해졌고, 햇살은 따스하며 대지는 생동한다. 그런데도 우리를 옥죄는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하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의 마음가짐은 더 여미고 벼려져야 한다. 서경(書經) 군아장(君牙章) 편에 등장하는 약도호미 섭우춘빙(若蹈虎尾 涉于春氷, 호랑이의 꼬리를 밟듯이, 봄에 살얼음판을 걷듯이)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세상은 지금 진행 중인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또 하나의 중요 변곡점을 넘고 있다. 그 뒤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센 바람이 분다. 어제와 다른 하루 하루가 이어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변적인 환경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도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들 간의 경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자율주행자동차의 본격적인 등장, 그리고 지난 2월 온 세상의 가장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비트코인의 널뛰기 장세와 연계된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행위의 범위를 무한대로 확장하려는 추세이다. 가령, 결제수단의 확대나 증권거래 같은 금융 분야는 물론 전자공증을 비롯해 스마트 계약이나 간편 로그인 프로그램 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한 블록체인은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과 함께 새로운 생활 방식을 촉진하게 될 핵심적 디지털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기술발전과 관련한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미 그 한복판에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현실이다. 당장 주위를 돌아보면 금세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세상은 숨 가쁘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따금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의미와 기준은 다를 수 있겠지만, 과학기술의 발전도 그 같은 질문의 중심에 자리한 궁극적 가치에 시종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문제와 현안은 어쩌면 가까운 미래가 아닌 더 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우리의 삶 속에서 바라보게 하는 창(窓)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문명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발전이라고 생각하여 산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만들어 가는데 형식적인 틀에서의 외연에 집착하기보다는 무엇이 그 속에 담겨야 하는지에 대한 숙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대학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학은 기술발전을 문명으로 전환하는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다채로운 학문이 공존하면서 서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협력하며 그 결과물을 산출하는 것이다. 이제 충남대학교의 새내기들이 어엿한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도와야 할 때다. 다행스럽게 우리나라에서도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 언제나 설레고 활기찼던 3월의 대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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